길(The Way) 
86분/드라마/12세 관람가

2017050501010001754.jpg
김혜자·송재호·허진 주연의 ‘길’은 노인의 외로움, 사랑 그리고 삶과 죽음을 그린 영화이다. 세 편의 단편영화를 ‘삶의 방식’ 또는 ‘사는 길’이라는 하나의 주제로 연결한 작품으로, 세 명의 주인공이 등장한다.

가족을 이민 보내고 아파트에서 홀로 살고 있는 ‘순애(김혜자 분)’, 그녀의 고민은 외로움이다. 전자제품 수리기사에게 식사를 차려 주며 외로움을 달랠 정도다. "늙으면 쓸데없어지는 게 죽는 것보다 더 두렵거든요"라고 읊조리며 집에 찾아오는 모든 손님을 정성껏 맞아주는 친절한 할머니이다. 가전제품을 일부러 망가뜨리는 엉뚱한 장면, 오랜만에 느끼는 설렘에 꽃단장하는 모습 등이 관객들에게 웃음을 선사한다. 엉뚱하면서도 사랑스러운 할머니 캐릭터를 맡은 김혜자의 연기는 일품이다.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또 다른 주인공은 어린 손녀와 살고 있는 ‘상범(송재호)’. 노년의 나이에 한 여성을 만나 사랑에 뒤늦게 눈을 뜬 그는 마냥 수줍어하면서도 갈수록 변화하는 마음에 놀란다. 적적했던 노년기의 사랑에 설레는 할아버지 역을 맡은 송재호는 순수한 감정연기를 선보인다.

이 둘과 또 다른 인연이 있는 주인공은 ‘수미(허진)’다. 그녀의 꿈은 행복한 엄마가 되는 것. 하지만 아들을 잃고 삶과 죽음 속에서 갈등하다 우여곡절 끝에 또다시 어머니의 마음으로 살게 된다. 이 이야기는 노년의 고민에 대해 관객들이 생각하게끔 한다.

세 편의 서로 다른 이야기는 특별한 감동을 담고 있다.

오는 11일 개봉 예정이지만 상영을 못 할 뻔했다는 게 영화계의 후문이다. 영화관을 확보하지 못 해서다. 개봉을 일주일 앞둔 지금도 상영이 확정된 곳은 추억극장 미림(인천)과 명보 아트시네마(서울) 2곳에 불과하다.

이와 비슷한 상황에 처했던 노인영화가 떠오른다. 스크린을 확보하지 못 해 쩔쩔맸다가 2014년 상영되며 입소문을 타 이례적인 흥행을 거뒀던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이다. 당시 480만 명이라는 엄청난 관객을 동원했다.

영화 ‘길(The Way)’ 역시 "안 봤으면 후회했을 뻔", "상영관 늘려 주세요" 등등의 관객 입소문을 기대해 본다.

김경일 기자 kik@kihoilbo.co.kr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