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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박현정 인천섬유산연구회 회원, 인천진산과학고 교사

승봉도는 인천에서 남서쪽으로 39.8㎞ 지점에 있는 섬이다. 북쪽으로는 자월도, 서쪽으로는 대이작도와 마주한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섬 전체가 ‘봉황이 나는 모습’처럼 보인다고 해서 ‘승봉도(昇鳳島)’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마을에서 북쪽으로 이동해 해안가를 따라 동쪽으로 가다 보면 부채바위, 남대문바위, 촛대바위, 목섬 등 해식지형의 진수를 감상할 수 있다.

 ‘부채바위’는 그 생김새가 부채와 닮았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 바위에는 유배생활의 지겨움을 달래기 위해 이곳에서 시를 쓰던 선조들이 유배가 풀린 후 시험장에서 그 글을 쓰니 장원이 됐다는 전설이 깃들어 있다.

 부채바위 해변에서 물 빠진 바닷가를 따라 조금만 가면 승봉도 제일의 절경으로 꼽히는 ‘남대문바위’가 보인다. 바위 모양이 남대문 같다 해서 부르게 됐다. 남대문바위는 긴 세월 동안 파도에 깎이고 비바람에 씻긴 끝에 만들어진 시아치이다. 이 바위가 유명한 이유는 썰물 때만 그 모습을 나타내고 각도에 따라 문(門)의 형상이나 코끼리의 형상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 코끼리 형상을 하고 있는 승봉도 남대문바위.
승봉도 북동쪽에 위치한 ‘참나무골 해수욕장’에는 길이 100m, 너비 30~40m 지역에 큰 바위돌이 50~60㎝ 정도의 일정한 간격을 두고 해안가에 배치돼 있다. 이곳은 멀리서 보면 파란색의 해초들이 바위 위에 착생하고 무성하게 자라 녹색지대를 형성하고 있다. 이는 파래로, 광합성을 활발히 할 수 있는 따뜻하고 얕은 바닷가에 주로 서식한다.

파래는 아작아작 씹히는 맛이 좋고 식물성 섬유질이 풍부해 국, 무침, 전 등 조리에 다양하게 사용된다. 대장의 연동운동을 도와 배변을 원활하게 하는 효과도 가졌다. 메틸메치오닌, 비타민A 등이 함유돼 담배의 니코틴을 해독시켜 주고 콜레스테롤 수치를 내려주며 혈압을 내리는 데 도움이 돼 바다의 약초로도 불린다.

▲ 승봉도 촛대바위
승봉도 남쪽 해안에 있는 ‘이일레 해수욕장’은 자연 발생 해수욕장으로 백사장의 경사가 완만하고 수심이 낮아 썰물 때가 돼도 갯벌이 전혀 나타나지 않는 특징이 있다. 부드러운 햇살에도 눈부시게 반짝이는 백사장이 외국 유명 여행지 못지않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름다운 해수욕장이다.

승봉도 삼림욕장에서 목섬 방면으로 내려온 이후 승봉도 해안 산책로라고 돼 있는 데크길을 따라 약 15분간 거닐면 ‘모세의 기적’으로 바닷길이 열리는 작은 섬인 목섬에 다다를 수 있다. 산책로의 길이는 약 1.2㎞인데, 울창한 해송이 시원한 그늘을 드리우고 있어 한여름에도 시원하다.

바다를 바라보며 20~30분쯤 걷다 보면 산책로가 끝나는 곳에서 승봉도의 남동쪽 해안 ‘부두치’에 닿는다. 파도가 많이 부딪친다 해서 ‘부디치’라고도 불리는 이곳은 모래와 자갈, 조개껍데기가 어우러져 형성된 아름다운 해변이다.

▲ 바위 위에 무성하게 자란난 파래
썰물 때면 해변 앞에 있는 삼각형 모양의 목섬까지 모래밭으로 연결돼 걸어 들어갈 수 있다. 밀물 때 섬, 썰물 때 육지가 되는 목섬에 들어오면 백사장에서 수영하기가 좋고 물이 빠지면 자갈이 드러난다. 승봉도 남동쪽 부두치 끝쪽 소리개산 밑에는 촛대와 같은 모양을 하고 있는 ‘촛대바위’를 발견할 수 있는데, 촛대바위도 역시 규암으로 구성돼 있다.

간조 때 승봉도 북동부 해안에서 남동 해안으로 걷다 보면 해식절벽, 해식대지는 물론이고 해식동굴에서 시아치로, 시아치에서 시스텍으로 변해 가는 해식의 지형 변화 과정을 관찰할 수 있는 훌륭한 체험학습장이 펼쳐지고 있다.

▲ 승봉삼림욕장 원시림.
한편, 승봉도 중앙부 구릉에는 100여 년 된 해송들이 원시림으로 이뤄진 승봉삼림욕장이 마련돼 있다. 이곳을 산책하다 보면 기분이 절로 좋아지는데, 이는 수목에서 내뿜는 깨끗한 공기와 피톤치드 때문으로 생각된다.

요즘은 승봉선착장에서 무인도 사승봉도로 가는 유람선편이 마련돼 있어 사승봉도에 갈 수 있다. 사승봉도는 주변에 펼쳐진 광활한 모래사장, 모래갯벌과 풀등은 물론 서해 바다로 지는 아름다운 일몰을 감상할 수 있는 관광지로 각광을 받고 있다.

▲ 해식동굴
승봉도는 작지만 아기자기한 매력이 가득한 섬이다. 산등성이를 넘어 산책하다 보면 어느덧 해수욕장이 눈앞에 펼쳐지고, 백사장 갯바위에 앉아 바닷바람을 쐬다 보면 울창한 나무숲이 나온다.

섬의 중앙에 울창한 숲의 힐링과 눈이 즐거운 북쪽 해안의 진귀한 암석 풍경들, 남쪽 해안의 평화로운 산책길을 걸어 본 사람이라면 심신이 치유를 받게 되는 느낌 때문에 꼭 다시 승봉도를 찾게 될 것이다.

  정리=최유탁 기자 cyt@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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