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평생학습관에서 16일까지 열리는 전시의 민화 작품들은 독특한 화풍을 자랑한다. 전통 민화에 마치 궁중화·서양화를 모두 가미한 듯한 느낌이다. 여기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민화전, 꽃을 담다’라는 개인전을 연 강효진(53)민화 작가가 이들 모두를 섭렵했기 때문이다.

"성신여대에서 서양화를 전공하고 프랑스로 넘어가 민화에 관심을 갖기 시작해 2009년 귀국, 궁중화를 배웠기 때문이죠. 조선시대 전통 민화에 현대 조형미를 가미한 독특한 화풍이라는 말을 많이 듣고 있긴 해요."

강 작가는 이번 전시에 내놓은 20여 점의 작품을 통해 누구보다 봉황을 잘 그린다고 해 붙여진 ‘봉황 작가’로서가 아닌 ‘꽃 작가’로서의 새로운 출발도 알렸다. 그의 그림을 둘러보면 품격 있는 분위기는 여전하다는 평이다.

"미술을 배운 전문 예술인이기에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는 건 당연한 일이죠. 모란도·연화도 등 다양한 꽃 그림과 함께 시대적 상황을 담은 그림도 몇 점 있답니다."

박문여고를 졸업한 그는 인천에서 민화연구소를 운영하며 후학을 양성하고 있다.

"옛 도제식 수업에서 벗어나 시스템이 갖춰진 전문교육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게 지론이에요. 민화를 취미로 배우는 게 아니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젊은 작가를 키워 보는 것이 제 꿈이고, 지금 하고 있는 역할이기도 해요."

배우 송윤아가 주인공(전통 민화 작가)을 맡아 2014년 방송된 주말드라마 ‘마마’의 흥행 성공과 민화의 아름다움이 알려지며 전국적으로 민화 열풍이 불고 있지만 그럴수록 전문 작가가 필요하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월간미술세계 아카데미 지도교수 등 다양한 곳에서 전문 강사를 맡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민화아카데미를 꼭 설립해 전문성을 가진 작가들을 키워 내고, 또 민화의 아름다움을 세계에 알리는 데 앞장설 계획이에요."

전국 민화 공모전에서 심사위원으로도 활약 중이지만 강효진 작가가 얼마나 강단 있는 심사로 유명한지는 사실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이런 얘기 꼭 해야 하나요?"라고 물으면서도 "얼마든지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아닌 건 아니다’라고 누누이 말할 정도로 맺고 끊음이 분명한 성격이거든요. 한 지역의 공모전 때 벌어진 일을 말씀드려 볼게요. 심사하지도 않은 작품이 상을 받은 것을 뒤늦게 알고 한 달 동안 지적하고 문제 삼아 결국 바로잡았지요. 심사 공정성은 똑 부러진다는 그런 소식이 알려지면서 오히려 더 많은 곳에서 심사위원으로 불러주셔서 감사할 때가 많아요."

김경일 기자 kik@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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