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부처님이 한 제자와 여행을 하다 길에 버려진 종이 한 장을 보게 됐다. 부처님은 제자를 시켜 종이를 주어오게 했다. 그리고는 물었다. "그것은 어떤 종이냐?" 제자가 대답한다. "이것은 향을 쌌던 종이입니다. 남아 있는 향기를 보아 알 수 있습니다."

 제자의 대답을 들은 부처님은 다시 길을 걷기 시작했다. 얼마쯤 걸었을까. 이번엔 길에 새끼줄 하나가 버려져 있었다. 이번에도 부처님은 제자에게 새끼줄을 주어오라고 시킨다. 그리고는 또 묻는다. "그것은 어떤 새끼줄이냐?" 제자가 의아해하며 다시 답한다. "이것은 생선을 묶었던 줄입니다. 비린내가 아직 남아있는 것으로 보아 알 수 있습니다"라고 대답한다.

 제자의 대답을 들은 부처님 말씀하신다. "사람도 이와 같이 원래는 깨끗했지만 살면서 만나는 인연에 따라 죄와 복을 부르는 것이다. 종이는 향을 가까이 해서 향기가 나는 것이고 새끼줄은 생선을 만나 비린내가 나는 것이다. 어진 이를 가까이 하면 곧 도덕과 의리가 높아지지만, 어리석은 이를 친구로 하면 곧 재앙과 죄가 찾아들기 마련이다."

 제19대 대통령이 탄생했다. 5천172만 2천93명의 국민들이 새로운 지도자와 만났다. 국내 역사 최대의 게이트로 지칭되는 최순실 게이트. ‘촛불’과 ‘태극기’로 갈라졌던 두 개의 사회. 헌정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 이러한 국가적 재앙 속에서 탄생한 새 대통령, 새 정부에 거는 국민의 기대가 그 여느 때보다 크다.

 새 대통령이 공약을 확실하고 명확하게 이행하는 것. 그리고 지지하지 않은 58.9%의 국민을 포용하는 것. 무엇보다 한 눈 팔지 않고 국민만을 사랑하겠다던 굳은 맹세를 지키는 것. 이것이 국민 모두의 바람일 것이다. "좀 더 당당하게 나라에 불평불만을 늘어놓기 위해 투표할 것"이라던 한 식자의 말의 의미를 되새기며 이번에도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됐다는 전철을 밟게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자신에게서 향긋한 향내가 나 코끝을 간질이기를 바라지 생선 비린내가 진동하는 것을 바라는 국민은 단 한 명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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