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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세국 미추홀푸른숲 사무국장
"우리들 마음에 빛이 있다면 여름엔 파랄거예요." 파란 하늘을 그리는 아이들의 바람을 시샘하듯 봄철 각 학교에서 진행하는 운동회가 번번히 무산되고 있다. 미세먼지가 올 4월 들어 ‘보통’ 이상이 16회나 나타났고 특히 5월 초에는 더 많은 양으로 뒤덮였던 탓이다. 실시간 공기오염 상태를 공개하는 ‘에어코리아’ 자료를 보면 지난 5월 2일에는 대기질 지수 ‘나쁨’이 2일 연속 공표됐다. 도심의 시야가 몇십 m에도 못 미치는 시뿌연 상태로 초등학교의 운동회가 연기되거나 무산됐다. 이런 대기 속에서 운동회를 강행했던 학교에서는 부모들로부터 꽤 많은 민원 전화를 받았을 것이다. 노동절을 맞이하여 부모님을 모시고 맑은 하늘 아래에서 즐거운 놀이를 기대하며 열심히 달리기를 준비한 어린 학생들에게 실망감을 안겨 줬다. 일부 학교에서는 야외 행사를 급하게 변경해 실내체육관에서 치렀다고 하나 운동장에서 만큼은 즐겁지 않았을 것이다.

 미세먼지의 발생 원인에 대해서는 아직 결론이 명확하지 않다. 국내 자체 발생과 중국이나 몽골 등으로부터 넘어오는 것이 전체량의 절반 정도라고 추정할 뿐이다. 미세먼지에 꼬리표라도 붙어 있으면 몰라도 출처를 밝히는 게 쉽지는 않은 일이다. 원인이야 어떻든 치명적인 영향을 주는 미세먼지는 산업화의 과정에서 발생되는 것을 간과한 결과이다. 남의 탓을 하기보다 지금이라도 국내 발생 단계에서의 오염물질 예방에 집중해야 한다. 늦게 시작하더라도 꼼꼼하게 다지기 위해 몰두한다면 그만큼 맑은 하늘이 빨리 다가올 것이다. 더해지는 처리 비용을 예산 부족 탓으로 돌리는 일은 미세먼지에 대한 심각성을 염두에 두지 않은 일이다. 미세먼지 발생을 줄이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있느냐가 중요하다. 모든 미세먼지 발생의 근원을 줄이거나 없애는 일에 매진하지 않으면 앞으로 어떤 재앙이 다가올 지도 모른다. 먹고 살기에 급급했던 일은 과거에도 현재에도 있는 일이다.

 문제는 미세먼지가 점점 더 짙어지고 있고 잦아지고 있다는 데에 있다. 100㎍/㎥ 이상 미세먼지(PM10)는 2014년에 이틀간 나타났고, 2015년엔 100㎍/㎥ 이하로 주춤했으나 2016년엔 5일 연속 나타났다. 올해엔 벌써 4일째 뿌연 하늘을 보게 만들고 있다. 일반적으로 공기 중에 미세한 입자라 호흡 시 코로 직접 들어가게 돼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준다는 초미세먼지(PM2.5) 관리 데이터를 비교해 본다면 106㎍/㎥까지 나타난 지난 5월 2일 수준은 우리나라의 연간 평균치 기준 25㎍/㎥에 비해 엄청난 양이었고,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초미세먼지 권고 기준 10㎍/㎥에 비하면 10배가 넘는 양이다. 2014년 이전까지는 별로 관심의 대상이 되지 않고 있었던 초미세먼지에 대해 이에 대한 사회적 대응의 필요성을 갖게 됐다. 정부에서는 국민들이 미세먼지에 대처하는 방안까지는 제시하고 있으나 근본적인 원인과 발생 요인의 감소를 포함한 전반적인 대책은 수립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우리나라는 공기오염 해결을 위해 매년 약 10조 원 지출에서 점차 더 많은 비용이 지출돼야 할 형편이다.

 이번에 새로 취임한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에는 미세먼지에 대한 정책이 포함돼 있어 다행이다. 국내 미세먼지 배출량 감축을 위해 석탄화력발전소 감축 혹은 배출 기준 강화, 미세먼지 대기오염 수준을 선진국 수준으로 강화 등이 주요 내용이다. 공공기관의 신규 구매 차량의 70%를 친환경 차량으로 대체한다거나 공장시설 배출기준 강화 및 총량규제, 배출부과금 강화와 공공 교통시설의 미세먼지 저감시설 설치 의무화 등도 포함돼 있다. 이를 위해 필요한 비용은 세출 구조조정의 일반적 방법 이외에 교통에너지환경세를 미세먼지 및 기후정의세로 전환한다는 공약이 눈에 띈다. 새 정부에서 어떻게 세세한 내용을 채우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나 지속가능한 사회를 향한 폭넓은 행보를 기대한다. 대통령 임기 5년 동안 미세먼지를 완벽하게 제거할 수 없겠지만 어린이들이 마음껏 운동장을 달릴 수 있는 기틀이라도 만들도록 해야 초등학교에서의 운동회가 사라지지 않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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