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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국성 변호사
최근 유엔 인권위원회 산하 고문방지위원회는 한국에 대한 평가보고서에서, 2015년 체결한 한일 위안부 합의가 고문 및 기타 잔인하고 비인도이고, 굴욕적인 처우 및 처벌의 방지에 관한 국제협약 제14조에 위반된다면서 위 합의의 수정을 권고했다.

 1975년 12월 9일 유엔총회에서 채택된 위 일명 유엔 고문방지협약은 세계 인권선언 제5조를 기초로 해 1984년 12월 10일 유엔에서 정식 협약으로 채택됐고, 우리나라는 1995년 2월 8일 국회 비준을 받아 전 세계 123개 협약 가입국의 하나가 됐다.

 유엔고문방지위원회가 한일 위안부 합의 수정 권고안을 제출한 위 협약 제14조 제1항은 협약 가입 당사자 국가는 국내법 체계 안에서 고문 행위 피해자가 구제를 받고 가능한 한 완전한 재활수단을 포함해 공정하고 적절한 배상을 받을 수 있는 실효적 권리를 보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유엔 고문방지위원회가 문제로 제기한 가장 큰 문제점은 한일 위안부 합의에서 가해자 국가인 일본의 국가 배상과 그 전제로서의 위안부에 대한 일본의 국가적 책임 인정이 전혀 고려되지 아니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도쿄 인근의 가와고에시에서 있었던 위안부에 대한 일본의 국가배상 책임에 관한 일반 시민의 모의 재판에 참가한 경험이 있는 필자로서는 22년이 지난 지금도 일본이 위안부에 대한 국가 책임을 부정하고 있는 현실에 대해 개탄을 해 온 바인데, 2015년 한국 정부는 국회의 비준이나 동의 절차도 없이 행정 절차만으로 일본의 사과와 피해자 명예회복, 일본의 책임 인정, 재발 방지 등 핵심적 사안을 모두 누락한 상태로 위안부 한일 합의를 한 바 있다.

 일부 친일 지식인, 친일 정치인들의 입장에서는 과거에 벌어진 일로 인해 한일 관계의 미래로의 발전을 가로막고 늘 진전이 없다는 인식하에 피해자 할머니들의 주장을 모두 다 해결해 줄 수는 없는 것이라는 생각으로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를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렇게 안이하고 심도 있는 역사철학이 부족한 행태로 인해 이뤄진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해 유엔 인권위 산하 고문 방지 위원회마저 잘못된 합의임을 지적하고 심지어 수정할 내용까지 제시하게 되는 상황을 맞이하게 됐으니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참으로 슬프고 분노가 솟구치는 마음이다.

 유엔 고문방지위원회에서 지적한 문제점 중에 가장 가슴에 와 닿는 내용 중 하나가 역사적 진실의 발견과 피해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이 부족하다는 사실이다. 한일 양국의 미래로의 발전을 위해 과거 일본이 군대와 관료들을 동원해 한국 여성들의 인권을 잔인하게 침해한 위안부 사건에 대해 양국의 연구가들을 동원해 그 실태를 파악하고 증거를 수집하고 이를 양국의 역사 교과서에 수록해 자라나는 후대에게 다시는 똑같은 비인권 행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각종의 노력을 다해야 하는 피해 재발방지 대책이 가장 근본적이라고 할 것이다.

 그러나, 한일 위안부 합의 이후에 일본이 보여주고 있는 각종의 행태를 보면 양 국가의 미래 발전을 위한 합의라는 설명은 하나의 합리화에 불과하고 오히려 두 나라의 관계만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구체적으로, 일본은 역사 교과서에 위안부에 대한 기술을 삭제하고, 일본의 국가 책임은 더욱 강하게 부정하고, 시민들이 건립하는 소녀상까지도 정치문제화해 강제 철거 내지는 강제 이전을 주장하고 있다.

 수십 년 전에 할머니들이 겪었던 피해는 인간의 존엄성을 말살하는 중대한 범죄였고, 유엔인권회 등 국제기구들은 모두 이 사실을 인정하고 있으나, 가해자인 일본은 이를 철저히 부정하고 있다. 지금부터라도 한국 정부는 철저한 자기 성찰을 하고 피해 할머니들의 명예 회복과 일본의 국가 배상, 피해 재발 방지를 위한 실효적이고 되돌릴 수 없는 확실한 대책이 마련될 때까지 철저한 입증과 주장으로 일본의 항복을 받아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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