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잇따른 탈권위적 소통행보가 신선하다. 문 대통령은 취임 이틀째인 11일 청와대 비서실 조직이 덜 갖춰진 상태임에도 참모들과 식탁에 둘러 앉아 식사를 하며 격의 없는 대화를 하고, 식사 후에는 셔츠 차림으로 커피를 들고 비서진과 함께 청와대 경내를 산책하기도 했다. 사흘째는 첫 외부 일정으로 인천국제공항을 찾아 고용 불안에 시달리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위로하고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문 대통령의 파격은 이날 출근길에도 이어졌다. 출근하던 대통령이 차량에서 내려 인근 주민들에게 다가가 일일이 악수하며 셀카 촬영에 응하기도 했다. 취임 이후 첫 주말에는 등산복을 입고 청와대 출입기자들과 산행에 나서기도 했다. 참모들과 커피 마시며 산책하고, 어울려 함께 식사하고, 국민과 얼굴을 나란히 하고서 셀카를 찍는 모습들은 어쩌면 너무도 당연한 대통령의 일상들이어야 한다. 그럼에도 신선함으로 다가오는 것은 역대 대통령 대부분이 그러했고, 특히 전임 대통령의 불통 행보와 대비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동안의 대통령들과 국민들 사이에는 극복할 수 없었던 심리적이고도 물리적인 거리감이 존재했던 게 사실이다. 역대 대통령 대부분은 당선 뒤 청와대에 들어가면서 국민과 거리를 두는 것을 권위의 상징처럼 당연시 해왔고, 국민에게도 그렇게 인식되어져 왔다. 차제에 경호실도 인식의 근본적 변화를 가져야 한다. 검증을 거친 사람만 근접할 수 있는 것이 경호의 원칙이긴 하나 업무의 특수성만을 내세우면 소통 행보 분위기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

 청와대 본관 집무실도 비서동인 여민관(위민관)으로 옮겨오면서 탈권위적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는 점도 고무적이다. 청와대 직제개편을 하면서 인사와 재정을 총괄하는 핵심 보직에 측근 대신 여성과 전문 관료를 앉힌 것도 높이 평가할 만하다.

 노파심에서 당부컨대 이런 일련의 친서민·탈권위적 행보들이 정권 초 보여주기식 행보로 그치지 않고 퇴임하는 그날까지 변함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통령이 보여준 일련의 행보들이 참신함으로 다가오고 국민의 박수를 받는 것은 ‘소통’에 대한 인식과 실천 의지가 느껴졌기 때문일 것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런 소통의 노력들이 국민의 신뢰와 사랑으로 이어져 국정 운영의 동력으로 전환될 때 그 의미와 파급력은 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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