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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우 인하대 물리학과 교수
5월 9일 저녁 8시에 19대 대선투표가 끝났다.

 유력한 후보 5명이 등장하면서 이전에 볼 수 없었던 다자 대통령선거가 됐다.

 이에 따라 누가 대통령으로 당선될 지가 첨예한 관심사가 됐다.

 작년에 치러진 미국 대통령 선거도 이변이 발생했다. 거의 모든 언론의 예측, 여론조사 결과는 힐러리 클린턴이 당선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트럼프가 당선됐다.

 # 여론조사

 대선이 시작되면서 많은 언론사, 방송국에서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어느 날은 A후보의 지지도가 올라갔다가 말실수나 부정적인 이미지 때문에 다음 날부터 지지도가 확 떨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유권자의 마음은 주변에서 들어오는 다양한 정보에 의해서 바뀌기도 한다. 물론 한 후보만을 꾸준히 지지하는 유권자도 있는데 이러한 유권자를 고정 지지층이라 한다.

 대선 기간 동안에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를 적어도 한 번이라도 바꾼 사람은 유동층이라 할 수 있다.

 똑같은 정보에 노출되더라도 사람은 자신의 환경, 교육수준, 경제적 수준, 친구관계, 어느 지역에 살고 있는지 등 다양한 요소에 의해서 의견을 결정한다.

 추출한 표본의 사람들이 정확한 답변을 해주지 않거나 전화 연결을 했을 때 전화를 받지 않거나 하여 응답자의 수가 줄어들면 여론조사의 신뢰도가 크게 떨어지게 된다.

 # 과학적 선거 예측

 뉴욕대학교 정치학과 석좌교수인 브루스 부에노 데 메스키타는 게임이론을 이용해 정치적 상황, 기업의 인수합병, 외교적 현안에 대해서 컨설팅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북한 핵문제를 이해 당사자들의 이득을 점수화해 어떤 결정을 내릴지 게임이론 방법을 고안해 예측하기도 했다.

 이러한 예측 방법은 기존의 방법에 비해서 상황을 좀 더 과학적으로 접근하게 한다.

 물론 사회적 현상에서 인간 사이의 관계를 어떻게 점수화할 것이냐가 어려운 문제이다.

 선거 예측에도 과학적 방법을 사용할 수 있다.

 필자는 이번 대선을 과학적 방법으로 예측했다. 컴퓨터 프로그램 상에서 전국의 유권자 100만 명이 일종의 의견교환 게임을 하게 했다.

 유동층은 어떻게 의견을 바꿀까? 우리는 만나는 많은 사람들과의 의견 교환, 뉴스, 신문, SNS 등에서 오는 정보, 자신의 의지나 감성, 인간의 비합리성 등을 종합해 의견을 결정한다.

 즉 사회적 상호작용과 자신의 정보 수용력에 의해서 의견의 변동이 생기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컴퓨터에서 게임으로 구현할 수 있다.

 우리는 행위자 기반 모형이라는 선거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가상의 유권자 100만 명이 각자 지지하는 후보자를 가지고 있다.

 행위자는 컴퓨터 프로그램의 가상의 유권자를 말한다.

 행위자는 자신의 주변 사람들과 상호작용하면서 영향을 받으며, 다양한 언론 환경에 의한 소셜 임팩트를 받는다.

 우리 프로그램은 각 유권자가 서로 상호작용하고 소셜 임팩트를 받아서 자신의 의견을 바꾼다.

 지금까지 있었던 다양한 선거를 종합해 각 광역지역별로 유권자 성향을 부여하고 매일 나오는 뉴스 등의 영향을 수치화해 프로그램에 입력하면 가상의 유권자들은 서로 서로 영향을 주면서 자신의 의견을 바꾼다.

 여러 번 의견 변경을 하게 한 후 어떤 시점에 의견을 종합하면 1번 후보부터 5번 후보까지의 득표율을 얻을 수 있다.

 우리 그룹에서 복잡계 과학 이론 중의 하나인 행위자 기반 컴퓨터 투표 시뮬레이션으로 얻은 5월 9일 최종 투표에서 각 후보별 득표율 예측은 다음과 같다.

 1번 문재인 45.3%, 2번 홍준표 18%, 3번 안철수 21.9%, 4번 유승민 5.8%, 5번 심상정 9.1% 득표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 결과는 이 글을 쓰고 있는 5월 8일 오후 10시에 인하대학교 통계물리연구실에서 시뮬레이션으로 구한 결과이고 5월 9일 개표 결과를 보지 않고 기고문을 기호일보에 보낸 것이다.

 우리의 결과가 실제 득표율에서 크게 빗나갈 수도 상당히 근접하게 맞출 수도 있다. 우리는 1번 후보의 당선을 예측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사람들 간의 상호작용과 사회적 영향력을 바탕으로 과학적 방법을 적용해 선거를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미국이나 유럽의 선진국에서는 많은 복잡계 연구자들이 이러한 방법을 이용해 선거 결과를 예측했다.

 앞으로 이러한 방법은 더 정교화될 것이고 감으로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과학적 방법을 이용해 선거를 예측하는 것이 대세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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