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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부평구 청천2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지역 일대. 이진우 기자 ljw@kihoilbo.co.kr
"다음 달에 보상 나온다고 했는데 제대로 좀 받았으면 좋겠어. 지금 가격으로는 반지하도 못 살아."

 인천시 부평구 청천동 청천2구역 일대는 1천여 명이 넘는 주민들이 정든 집을 버리고 떠났다. 동네 곳곳에는 이사를 하면서 남기고 간 쓰레기가 쌓여 있고, 떠난 자리에는 길고양이만이 집들을 지키고 있었다. 청천2구역을 길 사이에 두고 슈퍼를 운영하는 김모(63)할머니는 "지난해 말부터 다들 이사를 가기 시작했다"며 "지금은 거의 남은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김 할머니는 "5∼6년 전만 해도 태국이나 베트남에서 온 젊은 사람들이 주변 공장으로 출퇴근했었다"며 "빈집이 많아 밤에는 동네가 적막해 무서운데, 빨리 공사든 뭐든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부평구 청천동에서 설비 가게를 운영하는 60대 A씨는 22살 때 인천으로 시집 와서 40년을 살았다. 시부모를 모시고 4대가 한 집에 살면서 자식을 키우고 손주까지 봤지만, 다음 달이면 정든 집을 떠나야 한다. "이 근방은 나 빼고 7가구밖에 안 남았어. 아들도 1억6천만 원을 대출해서 아파트로 갔지."

 A씨도 곧 떠나야 하지만 아흔이 넘은 노모와 함께 어디를 갈지가 막막하다. A씨가 살던 지하 1층·지상 3층 집은 1억7천만 원의 보상가가 책정됐다. 그는 "영업을 8년 이상 하면 보상을 받을 수 있지만, 7년 계약이라 재개발이 된다는 소식을 들은 집주인이 ‘나가라’고 요구해 보상도 못 받았다"고 했다. 동네에 다른 집들을 알아봤지만 부동산에서는 단층짜리 집도 2억5천만 원이나 달라고 해 이사 갈 엄두를 내지 못한다고 했다.

 A씨는 "3.3㎡당 400만 원이 안 되는 보상비로는 반지하도 얻기 힘들다"며 "내가 살던 곳과 비슷한 집에서 살려면 1억5천만 원을 빚져야 한다"고 한숨을 쉬었다.

 동네에서 수십 년 이상 영업하던 목욕탕 주인 B씨도 갑갑하기만 하다. 언제 감정평가가 나오는지도 잘 모르겠고, 정부가 바뀌면서 혹시 사업이 지연되거나 바뀌는 거 아닌가 하는 의구심에 불안하기만 하다.

 B씨는 "주민들은 먼저 떠나고 보상가 책정이 지연되면서 영업손실이 크다"며 "고객들이 폐업한 줄 알고 좀처럼 찾아오지 않는다"고 밝혔다.

 B씨는 장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손해 본 비용까지 계산해 책정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 강신홍 재개발사업 사무장 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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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월세나 임대료가 갈수록 오르고 있지 않습니까? 나라는 좁고 개발할 땅은 한정된 상황에서 뉴스테이는 중산층의 주거 안정을 위한 바람직한 해결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청천2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 강신홍(40)사무장은 재개발 사업이 지연되고 낡은 집들이 많아지면서 이 일대는 붕괴 위험 주택과 무허가 건축물이 산재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청천2구역은 교통환경이 다른 곳보다 뛰어나 뉴스테이 시범구역으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인천 동서의 중심에 위치해 있어 어디로든 가기 쉽다는 설명이다.

 이곳은 경인고속도로 부평나들목이 5분,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가 15분 거리에 있다. 또 2020년 서울지하철 7호선 석남 구간이 연장되면 인천과 서울로의 이동이 지금보다 수월해진다.

 강 사무장은 "청천2구역은 교통뿐만 아니라 초등학교 3곳과 중학교 1곳이 있고, 서쪽으로 장수산과 원적산공원이 있어 주거환경도 쾌적하다"며 "이런 장점 때문에 조합원 80% 이상이 분양신청서를 제출하고, 30% 이상의 원주민이 재정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청천2구역 사업의 총 사업비는 1조2천억 원이다. 조합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로부터 사업비 5천억 원을 보증받아 주민들의 이주와 보상비를 지급하고 있다. 나머지 2천800억 원은 임대사업자인 케이원청천2뉴스테이위탁관리부동산투자회사가 매각대금으로 조달할 계획이다.

 ‘감정평가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청천2구역 비상대책위원회가 제기한 의혹에 대해 강 사무장은 절차대로 진행했다고 반박했다.

 그는 "현금청산자 측이 선정한 법인의 감정평가서 자체에 오류가 있었고, 다시 협의하는 기간에 감평 결과를 제출하라고 권고해 현금청산자 법인의 감정평가액도 포함했다"고 했다.

 이어 "인천의 다른 뉴스테이 사업구역은 현금청산자의 종후자산평가금액이 종전자산평가보다 두 자릿수 오른 곳이 없다"며 "청천2구역은 110∼115% 사이"라고 강조했다.

 인천시는 지난 2월 24일 열린 인천지방토지수용위원회에서 비대위 측이 내놓은 수용재결신청 반려 요청에 대해 참석위원 전원이 ‘수용재결신청 절차는 적법하다’고 결정했다.

 강 사무장은 "향후 종후자산평가는 6차례에 걸쳐 나눠서 하지만, 7월께면 끝날 것으로 예상한다"며 "수용재결 완료와 명도집행이 9월께 끝나면 바로 착공할 것이다"라고 했다.

# 김석규 비대위원장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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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이 이렇게까지 진행된 상황에서 ‘무산’은 무의미하다고 생각합니다. 저희들이 바라는 것은 현금청산자들이 이해할 수 있는 보상가 책정입니다."

 김석규 청천2구역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10년 전부터 청천2구역 재개발을 반대했지만 국책사업이 되며 여기까지 왔으니 조합의 배려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청천2구역 비대위는 조합이 지난해 12월 9일 수용재결신청을 했지만 이후 절차는 문제가 있다고 주장한다. 현금청산자들에게 온 배달증명을 확인해 본 결과, 최초 협의경위서는 12월 21일부터 이듬해 초까지 지연시켜 보냈다는 것이다. 이들은 시에 찾아가 문제를 제기했고, 인천지방토지수용위원회에 수용재결신청 반려 요청을 했지만 지난 2월 24일 열린 지토위에 참석한 위원들은 ‘적법하다’고 결정했다.

 비대위는 또 인천시, 조합, 현금청산자가 각각 선정한 감정평가법인 중 현금청산자 측에서 선정한 감정평가법인을 고의로 누락하려고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김 위원장은 "현금청산자들에 대한 종후자산평가 결과 시에서 선정한 법인은 112%, 조합 측 법인은 110%, 현금청산자 측 법인은 127%가 나왔는데 조합이 현금청산자 측 법인을 제외하고 감정평가협회에 승인을 받으려고 시도했다"고 했다. 이어 "감평 결과를 10% 이내에 맞추고자 조합에 120%로 결정하자고 협의했지만, 갑자기 우리 측 감평 법인이 결과를 114%로 바꿔 제출한 뒤 잠적해 버렸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청천2구역에 살던 현금청산자들은 대부분 어르신들이라 한 달에 100만∼150만 원씩 세를 받아 생활했다"며 "세입자는 나가고 사업은 지연되면서 받는 피해와 장사를 하다 손해를 본 곳들은 조합이 보상해 줘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현재 청천2구역은 1천300여 가구 중 조합원 99.9%가 지난해 11월부터 이주했고, 현금청산자와 영업보상 대상자 300여 명만 남아 종후자산평가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비대위는 적절한 보상가가 나오지 않으면 향후 중앙토지수용위원회에 이의재결 절차를 거치고, 행정소송도 불사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전국철거민연합과 연대해 대규모 집회를 여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사업이 지연되면 이자 때문에 비례율이 그만큼 낮아져 조합원이나 현금청산자나 모두 피해를 보게 된다"며 "어떤 식으로든 서로 빨리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덕현 기자 kdh@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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