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 시행 이후 처음으로 맞이하는 스승의날에 대해 지역 내 일선 학교의 교사와 학부모, 학생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복잡한 법 적용과 자칫 잘못하면 처분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청탁금지법에 따라 스승의날 교사에게 줄 수 있는 선물은 감사의 편지나 학생 대표가 공식적인 자리에서 주는 카네이션뿐이다. 권익위에 따르면 스승의날 허용되는 카네이션 선물의 범위는 ‘학생 대표가 스승의날에 공개적으로 선물하는 카네이션이나 졸업생이 찾아가 전달하는 꽃 선물’이다. 반 학생들끼리 돈을 모아 교사에게 선물을 주는 것도 법 위반이다. 담임교사의 원활한 직무수행이나 사교·의례적 목적 등 김영란법의 예외 사유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까지 허용 범위에 들어가는 것으로 판단됐던 ‘종이꽃’도 스승의날을 앞두고 원칙적으로 위법이라는 판단이 내려졌다. 색종이를 접어 만든 카네이션도 개인적으로 교사에게 건네면 재료 가격과 상관없이 법 위반이라고 한다. 감사의 뜻을 담은 손편지는 허용된다. 카네이션은 안 되고 손 편지는 된다는 법 해석의 근거가 궁금하다. 사제 간에 오가는 카네이션을 아예 청탁금지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 카네이션은 사회 상규상 허용할 수 있는 감사의 표시로 봐야 마땅하다. 학생 개개인이 건네는 카네이션을 금지한 권익위의 법 해석은 사제 간의 인간적 관계를 고려치 않은 물리적 해석이다. 카네이션을 받았다고 특정 학생에게 혜택을 주는 선생님이 있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사회통념상 허용할 수 있는 부분은 융통성을 발휘해야 한다.

 학부모와 교사 사이에 선물을 주고받는 문화가 사라지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법 시행 이전만 해도 선생님께 어떤 선물을 해야 할지 고민한 학부모가 적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아마도 감사하는 마음을 표현하는 것보다 어떤 선물을 해야 하는지가 더 고민이었을 것이다. 법시행으로 과거의 관행이 한꺼번에 사라질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교육계 전반에 긍정적인 변화는 충분히 감지되고 있다. 다만 카네이션을 건네며 사제의 정을 나누는 기회조차 사라지게 돼 학생들이 스승에 대한 감사조차 할 필요가 없다는 인식을 갖게 되는 것은 아닌지 하는 우려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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