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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충로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인천가정위탁지원센터 관장
올해 초 인천의 어두운 단칸방에서 12개월 난 하준(가명)이를 홀로 돌보고 있는 미성년자 친모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하준이 친모는 과거 어렸을 때 자신의 아버지로부터 학대를 받으며 성장했고 가출 후 현재의 남자 친구를 만나 동거하다가 아이를 낳게 됐다고 한다. 하지만 하준이의 친부는 돌연 가출해 연락이 끊겼고 친모와 하준이만 덩그러니 세상에 남게 됐다.

 어려운 생활 환경으로 아이를 시설에 맡기거나 입양을 생각해보기도 했지만 어렸을 적 부모의 학대를 경험한 하준이의 친모는 자신의 아이만큼은 행복한 가정에서 사랑을 받고 자라게 해주고 싶은 마음으로 가정위탁지원센터에 아이를 의뢰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가정위탁이란 친부모의 사망·질병·이혼·수감·가출·학대 등 다양한 이유로 인해 친가정에서 보호받을 수 없는 18세 미만 아동들을 일반 가정에서 일정 기간 동안 위탁해 안전하게 양육하도록 하는 국가의 대표적인 아동보호제도이다.

 앞서 말한 하준이는 가정위탁이 결정돼 인천의 한 건강한 가정에 2년간 위탁돼 보호받게 됐다. 친모는 아동이 위탁돼 있는 동안 공장에 취업해 일을 하고 야간에는 자격증 취득을 위해 학원을 다니면서 자신의 아이를 양육하기 위한 자립을 준비하고 있다.

 현재 인천에만 600여 명, 전국에 1만2천여 명의 아동들이 하준이와 같이 가정위탁 보호를 받고 있다.

 이처럼 가정위탁보호제도는 다른 요보호아동 보호제도와 다르다. 입양과 달리 친가정이 아이의 친권을 유지하며 가족기능을 회복할 수 있도록 자립을 지원한다는 의미에서 친가정의 해체를 방지할 수 있다. 또 시설보호의 경우 집단생활로 인해 성장기 아동의 적절한 애착 형성 등의 문제로 심리적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지만 가정위탁은 원가정과 유사한 환경을 아동에게 제공하기 때문에 이와 같은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다.

 즉 가정위탁보호제도는 가정의 위기로 심리·정서적 어려움을 겪는 아동에게 다양한 서비스 제공과 건강한 양육환경 제공을 통해 짧은 시간 안에 안정을 되찾도록 지원함과 동시에 친가정의 사회적 자립 기회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아동복지제도라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요보호아동을 위한 중요한 국가 정책으로 가정위탁보호제도가 시작된 지 올해 14년이 됐지만 아직도 사회적 인식이나 국민들의 관심과 이해가 부족한 상황이다.

 2015년 기준으로 전국에서 4천500여 명의 요보호아동이 발생했고 이들 중 대다수의 아이들이 가정보호가 아닌 시설에서 보호가 이뤄지고 있는 현실을 볼 때 요보호아동들의 선가정 보호정책이 제대로 실행되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는 어린 시절 따스했던 부모님의 품에서 살아가면서 힘들고 지칠 때마다 편안하고 든든한 안식처 역할을 해준 가족들의 모습을 기억한다.

 이러한 행복한 기억들은 우리의 인격을 형성하는 토대를 이루고 건강한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가는데 중요한 밑거름이 된다는 것을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그만큼 성장기 아이들에게 가정은 세상과 같다고 할 수 있다.

 불가피한 사정으로 자신의 친부모와 함께 살 수 없는 아이들이 가장 유사한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고, 가정위탁 보호사업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분들이 바로 위탁가정의 부모님이라 할 수 있다.

 이분들은 자신의 자녀 이상으로 위탁아동들이 건강하고 바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따뜻하게 품어주시고 해체 위기에 있는 아이들의 친가정이 일어설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아름답고 숭고한 봉사를 해주시고 계신 분들이라고 할 수 있다.

 5월 22일은 가정위탁을 활성화하고 국민적 관심을 불러 모으기 위해 보건복지부가 지정한 ‘가정위탁의날’이다.

 올해로 14회를 맞는 가정위탁의날을 맞아 이러한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일에 지역사회에서 더 많은 분들이 적극 참여해 아이들이 자신의 소중한 꿈을 펼쳐 나갈 수 있기를, 요보호아동들의 울타리가 돼 주는 따뜻한 사회가 됐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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