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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혁진 전 인천안산초교 교장
도량이란 부드러운 가운데 강한 인상을 주고, 온화한 가운데 굳셈이란 인상을 풍기고, 어떠한 구김살이나 굴곡도 없어 보여 많은 사람으로부터 존경과 포용의 힘을 안겨주는 성품의 소유자이다.

 광이불요(光而不耀)란 말이 노자의 도덕경에 나온다. 이 말은 포용과 존경의 마음가짐을 의미한 말로 빛은 있으나 눈부실 정도로 빛나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조명이 너무 밝으면 눈은 불빛을 피하려는 반사작용과 같이 사람도 너무 광채가 나면 가까이하기엔 거부감이 생기게 마련이다. 노자는 도덕경에서 "반듯해도 남을 해치지 않고(方而不割), 청렴하되 남에게 상처 입히지 않으며(廉而不귀 ), 곧아도 교만치 아니하고(直而不肆), 빛나되 번쩍거리지 않는다(光而不耀)"고 했다. 즉, 반듯하고 청렴한 것은 좋지만, 남을 해치거나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줘서는 아니 되고, 곧음은 자칫 교만을 부른다는 것이다. 또한, 빛나는 존재가 돼야 하지만, 너무 번쩍거리면 꼭 뒤탈이 따른다는 의미로 빛나기는 쉬워도 번쩍거리지 않기는 어렵다는 마음의 자아 통제력을 요구한 뜻이다.

 우리는 주변에서 좋은 학벌에 머리도 좋고 능력도 실력도 우수하나 사람들로부터 마음을 얻지 못하는 일을 종종 본다. 이는 너무 광채가 나서 눈을 부시게 하기 때문이다. 어떠한 일은 능력만으로도 아니 되며 반드시 주변 사람들과의 협력적인 마음을 얻어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자신의 능력만을 믿고 나 아니면 안 된다는 식으로 일상생활을 하며 사회생활을 하는 것은 실패의 지름길이다. 광이불요라는 말에서 인생의 철학을 반드시 기억하고 능력과 재능은 서로 어울릴 때 가능하다는 성공철학을 알아야 한다.

 다음은 강감찬 장군이 아랫사람에 대한 속 깊은 배려를 느끼게 하는 일화이다. 장군이 귀주대첩에서 승리를 거두고 돌아오니 현종은 직접 영파역(迎波驛)까지 마중을 나와 오색비단으로 천막을 치고 전승을 축하하는 연회를 벌였다. 연회가 한 참 무르익을 무렵, 장군이 현종의 눈치를 살피며 슬며시 일어나 내시를 향해 따라 나오라고 눈짓을 보냈다. 밖으로 나온 장군은 내가 조금 전 밥을 먹으려고 밥주발을 열었더니 빈 그릇이더구나. 너희들이 실수한 듯싶다. 내시는 무릎을 꿇은 채 벌벌 떨며 잘못을 빌었으나 장군은 "내 한 가지 묘안이 있으니 시키는 대로 하여라" 잠시 후 연회장으로 들어온 강감찬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사람들과 어울렸고 그때 내시가 강감찬 곁으로 다가가 장군님, 진지가 식은 듯하오니 바꿔드리겠다며 따뜻한 밥으로 다시 놓았다는 이야기이다.

 문호 셰익스피어는 "남의 잘못에 관용하라, 오늘 저지른 남의 잘못은 어제의 내 잘못이었던 것으로 생각하라. 잘못이 없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완전하지 못한 것이 인간이라는 점을 이해하고 너그럽게 대하라" 고 했다. 남의 잘못을 꾸짖기보다 너그러운 마음으로 대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렇듯 도량이 넓은 사람은 이 세상을 포용하는 사람이다.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순리를 벗어나 자신의 마음대로 살아갈 수는 없다. 살다 보면 양보할 때도 있고, 참아야 할 때도 있고, 고개를 숙여야 할 때도 있다. 이는 바로 사람의 됨됨이로 옳고 그름을 스스로 판단해 대처하는 능력의 소유자이며 포용력이 넓은 사람이다. 바로 도량이 넓은 사람이다.

 각종 모임에서 자기의 고집으로 움직이며 모든 것을 만족하려는 친구들이 있다. 이는 융통성이 부족하고 고집이 센 사람이다. 이런 사람과는 거리감이 있으며 오고가는 정이라고는 찾기가 어렵다. 살아가다 보면 뜻대로 되지 않을 때가 있다. 이때는 바로 다른 방법을 찾아 대처하는 방법도 도량이 넓은 사람의 처세술일 것이다. 우리는 도량이 넓으면 인심을 얻을 수 있고 솔선수범하면 사람을 통솔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을 갖고 생활해야겠다.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인내하는 마음을 갖는다면 얼마나 좋은 일인가? 우리 모두 광이불요한 도량이 넓은 사람으로 우리 사회의 리더로서 역할을 다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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