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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가에는 3∼4년 전부터 재개봉의 바람이 솔솔 불고 있다. 재개봉 영화의 강점은 이미 검증된 숨은 명작이라는 데 있다. 당시 영화를 접한 관객에게는 추억과 함께 진한 감동을 불러일으키고,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는 명작을 스크린으로 만날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 그런 이유로 재개봉 작품들은 개봉 당시보다 더 많은 관객들에게 어필하며 흥행 역주행의 신화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오늘 소개하는 작품 ‘밀리언 달러 베이비’도 2005년 국내 개봉 이후 12년 만에 다시 극장을 찾은 작품이다. 제7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여우주연상, 남우조연상 등 주요 부문을 석권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은 영화 ‘밀리언 달러 베이비’를 만나 보자.

 누구에게나 인생의 전성기는 있다. 그러나 매일이 최정점일 수는 없는 법이다. 프랭키는 복싱 트레이너로 한때 좋은 선수를 만나 전도유망한 시기를 열어갔다. 그러나 그 시간도 낡은 트로피에 쌓인 먼지처럼 빛을 잃은 지 오래다. 작은 체육관을 운영하는 프랭키는 노년의 나이에도 간간이 선수를 키우며 살아가고 있다. 그런 프랭키 앞에 32세 생일을 코앞에 둔 한 여성이 찾아와 권투를 가르쳐 달라고 부탁한다. 그는 단박에 거절하지만 이 여성 매기의 의지는 대단했다. 6개월 내내 하루도 쉬지 않고 복싱장을 찾아 홀로 연습을 하는 매기의 꾸준함에 프랭키는 결국 그녀의 스승이 된다.

 매기는 집안의 가장으로 서른이 넘는 시간 동안 자신이 하고 싶은 일보다는 생계를 위해 살아왔다. 그런 그녀가 늘 동경해 왔던 복서로의 삶을 적지 않은 나이에 시작하게 된 것이다. 다행히도 매기는 빠른 습득 능력으로 복싱에 재능을 보였고, 이는 곁에서 노련하게 코치해 주는 트레이너 덕에 더욱 빛날 수 있었다. 선수생활과 동시에 단숨에 세계 타이틀전 문 앞까지 달려온 매기는 어느 때보다 자신감에 넘쳤다. 다수의 관객들이 그녀의 이름을 연호하며 새로운 챔피언의 탄생을 염원하고 있었다. 이제 막 찬란하게 빛나던 그녀의 전성기는 그러나 챔피언 매치 도중 좌절된다.

 영화 ‘밀리언 달러 베이비’는 복싱이라는 소재로 인해 스포츠영화의 외피를 쓰고 있지만 이는 익히 봐 온 기존의 스포츠영화와는 궤를 달리한다. 즉, 이 작품은 한 선수의 피나는 노력으로 얻어낸 값진 성공담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성공보다는 실패에 주목하고, 삶과 함께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는 이 작품은 가족 멜로드라마에 가깝다. 영화는 어렵게 권투를 시작하고 승승장구하던 매기의 삶을 중반까지 이어가지만 뒤이어 사고로 반신불수가 된 한 사람의 비극적인 모습에 주목하며 꿈과 도전, 승리와 패배, 삶과 죽음이라는 다양한 인생의 가치들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혹자는 ‘이기는 싸움만 한다’고 하지만, 사실 싸움에서 매번 이길 수는 없는 법이다. 질 수도 있다. 그러나 누구도 패배를 염두에 두고 싸움에 임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실패를 두려워 않고 도전할 때,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우리는 보다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비록 지는 싸움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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