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만화박물관은 한국 만화 검열의 역사를 주제로 한 기획전시 ‘빼앗긴 창작의 자유’를 개최한다고 21일 밝혔다.

오는 7월 9일까지 만화박물관 제2기획전시실에서 열리는 전시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논란으로 창작의 자유와 문화적 다양성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표현의 자유를 확립하고 ‘문화민주주의’의 실현을 구하는 의미로 기획됐다. 전시는 한국 만화의 역사가 시작된 1910년대부터 부조리한 세태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로 검열과 심의 대상이 됐던 한국 만화사의 암울했던 시기를 집중 조명한다.

기획전시는 크게 두 파트로 구성된다. 첫 번째 파트 ‘검열의 시간’에서는 일제강점기부터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만화 검열의 역사를 시대 순으로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한국 만화가 겪었던 사건들을 1909년부터 1950년까지와 그 이후를 10년 단위로 구분해 보여 준다. 당시의 사회적·정치적 분위기를 짐작하게 하는 다양한 자료들도 함께 만날 수 있다.

두 번째 파트 ‘빼앗긴 창작의 자유’에서는 검열받았던 대표작들을 시사만화와 대중만화 두 부문으로 나눠 시대별로 전시한다.

시사만화 부문에서는 1909년 일제의 검열에 의해 먹칠된 채로 ‘대한민보’에 발표됐던 이도영의 삽화부터 이승만 정권의 부패한 사회상을 담아냈던 1950년대 김성환의 ‘고바우영감’, ‘경무대 똥통사건’과 윤영옥, 정운경, 안기태, 안의섭, 이은홍, 이재용, 장봉군 작가의 시사만화 9개 작품을 보여 준다.

대중만화 부문에서는 주인공 이름을 변경해야 했던 박기준의 ‘두통이’부터 미성년자보호법 위반 혐의로 6년간 법정 다툼을 치른 이현세의 ‘천국의 신화’, 2011 대한민국 콘텐츠 어워드에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수상했지만 다음 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청소년 유해매체물로 지정된 정연식의 ‘더 파이브’까지 주요 작품들을 만나 볼 수 있다.

이 밖에도 이두호, 허영만, 이희재, 장태산, 황미나 등 한국 만화를 대표하는 작가들의 작품 및 인터뷰 영상을 통해 많은 작가들이 심의와 검열을 겪었음을 보여 준다.

‘빼앗긴 창작의 자유’ 기획전시 개막식은 지난 18일 오후 4시 한국만화박물관 1층 로비에서 진행됐다.

다음 달 10일에는 한국만화영상진흥원 5층 세미나실에서 ‘만화, 검열의 역사를 말한다’를 주제로 콘퍼런스가 진행된다. 1부에서는 만화연구자들의 발제와 토론, 2부에서는 만화가들의 대담이 열린다.

부천=최두환 기자 cdh9799@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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