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같이 생활의 의욕이 없는 날도 없었던 것 같다. 바빠도 무언가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고, 가만있어도 앞으로 무언가 하려는 생각이 있었다. 그런데 요즘은 아무 생각이 없는 것 같다. 답답해야 할 법도 한데, 오히려 이상하게도 답답할 틈이 없다. 그것은 결국 생각할 틈도 없이 바쁘다는 것일 수 있다. 아니면 정말 생각 없이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이럴 때 쓰는 말이 바로 ‘무념(無念)’이다. 무념의 뜻은 ‘어떠한 일에 대해 아무런 감정이나 생각이 없다’는 뜻이다.

 후배인 한 기자가 나한테 이런 말을 했다. "선배! 5월이 지나면 벌써 올해도 상반기가 다 지나가네요"라고 했고, 그 대답으로 나는 "내가 그랬지. 우리는 매년 12월 31일 송년제야의 밤 행사가 끝나는 순간, 그때부터는 시간이 무척 빠르게 지나간다"고 다시금 말해줬다.

 그런데 그 대화를 하고 난 후 갑자기 ‘그러면 지난 약 6개월 동안 난 무엇을 했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 생각이 나질 않았다. 그동안 아무 생각 없이 보냈다는 것이다. 순간 가슴과 머리가 텅 비는 듯이 멍했다. 나 스스로 ‘이것저것 하는 일이 많아 정신 없이 보내서 그렇겠지’라고 자기 합리화를 시켜봤다. 그런데도 아쉬움은 여전히 남았다. 그리고 또 무념의 뜻 중에 불교에서 쓰는 말을 생각했다. 불교에서는 이 무념을 ‘아무런 감정이나 생각이 없는 무아의 경지에 이른 상태’라고 한다. 다시 한 번 나에게 합리화를 시켜봤다. 그러면 불교에서 이르는 무념의 경지에 오르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결국은 이 생각이라는 것은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그 생각의 틀에서 벗어나 해탈의 경지에 이르러야 한다는 것이다. 스포츠에서 생각이 많으면 오히려 경기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있다. 이는 스포츠에 몸담은 선수가 그 종목에 최소 20년 이상을 활동하다 보니 생각의 틀은 오히려 방해가 될 뿐이다. 불교에서 말하는 ‘무념’은 내가 생각건대, 이런 스포츠 선수들과 같은 부류의 사람들에게 통하는 말인 것 같다. 나 역시 지금의 무념은 일반적으로 ‘생각이 없다’는 것이고, 불교에서의 무념을 따라가기 위해서는 지금하고 있는 일에서 전문가가 돼야만 그 뜻을 취할 수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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