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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송원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
유정복 시장의 문화주권 선언을 선도한다는 인천문화재단이 최근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시의회에서 편성한 예산은 원칙에 맞게 사용하고 부득이하게 변경해야 할 경우 별도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왜 마음대로 예산을 바꿔서 사용하느냐." 16일 문화복지위원회 주요 예산사업 추진상황 보고에서 이강호 의원이 지적한 바다. 인천문화재단이 시장 치적 쌓기 사업을 하려고 민간예술인과 단체들의 사업과 예산을 가로챘다는 논란이 일자 애초 예산을 편성한 의회가 예산 집행을 문제 삼고 나선 거다. 시 담당 국장은 원래 목적사업대로 집행하겠다고 답변했지만 논란의 중심에 선 재단 대표이사는 "지역에 대해 잘 몰랐고 … 대화를 통해 원만이 해결 하겠다"며 구체적 답변을 피했다. 대표의 낙하산인사 논란이 이는 이유다. 이제 문화재단의 독립성 문제로까지 번져, 시장과 시의 입장 정리가 시급하다.

# 과잉기능, 과잉충성 논란 일어

최근 지역 문화단체와 언론은 지난해 이미 예산과 기획 의도가 정해진 ‘사운드바운드’ 음악축제와 ‘인천청년예술제’ 사업이 지난해 12월 새로 취임한 문화재단 대표이사에 의해 전면 변질됐다고 반발했다. ‘인천개항장’ 음악축제와 ‘인천청년예술대전’으로 명칭과 내용을 바꾼 거다. 사운드바운드 축제는 재단 이사회가 승인한 사업이었고, 예술제는 청년예술가들에게 기획과 운영을 맡기기로 약속했던 행사였다. 하지만 신임 대표는 돌연 지난해 10월 시장이 선언한 문화주권의 우선 역점사업에 사활을 건다. 첫 번째 역점사업인 개항문화플랫폼 확대 조성과 네 번째인 ‘청년문화창작소’ 탄생 등의 사업을 주도했다.

문화예술인과 단체가 가장 크게 반발하는 건 민간이 어렵게 일궈온 사업을 재단이 지원은 못할망정 예산과 기획의도를 가로챘다는 점이다. 사운드바운드는 인천개항장 일대에 산재한 근대건축물과 숨겨진 이색공간을 조명하는 민간 주도의 음악축제다. 한데 음악장르와 축제공간을 확장한다는 명분으로 재단이 직접 프로그램 구상에 나선 거다. 그 과정에서 사운드바운드 예산은 ‘0원’이 됐다. 청년예술가들의 ‘인천청년예술제’도 비슷한 수순을 거쳐 주객이 전도된 재단의 행사가 탄생했다. 결국 재원과 인력(조직)면에서 시장경쟁에 우위를 점하고 있는 공공기관이 민간 활동영역을 침범하는 게 타당하냐는 문제다.

최근 정부는 "민간영역을 침범하는 공공기관의 과잉기능을 개편하고 (민간과의) 경합을 최대한 억제할 것"이라고 밝혔다.(2015. 1 기획재정부 등 6개 부처 대통령 업무보고) 사회적 합의가 전제된 공공적 성격의 사업 외에 민간시장을 침범(교란)하지 말라는 거다. 그렇다면 문화재단의 신임 대표는 왜 이런 무리수를 뒀을까. 재단의 최고 의사결정기관인 이사회의 장이 시장이다. 재단 대표의 어쭙잖은 사업 추진이 시장의 낙하산 인사 논란만 더욱 부추길 수 있다는 거다. 이제 의회까지 나선 마당에 재단의 해명은 불필요하다. 시장과 시가 작금의 사태에 책임지고 후속대책을 내놓을 때다.

# 공공기관, 민간영역 손 떼야

우선 인천문화재단이 넓혀온 사업 중에 민간영역을 침범한 사업은 없는지부터 조사해야 한다. 이는 재단이 본연의 지역문화예술인에 대한 지원기능을 얼마나 소홀히 했는지 가늠할 수 있는 잣대가 될 거다. 이어 낙하산인사 논란도 해소할 수 있는 문화재단 독립성 문제다. 재단 출범 초기에 지역사회가 가장 우려했던 쟁점으로, 정권이 바뀌어도 반복되는 문제다. 대책 마련을 위해 인천시도 참여하는 시민토론회가 필요하다. 한편 문화재단의 제반 쟁점은 최근 설립 논란을 빚고 있는 복지재단에도 고스란히 적용된다. 중앙정부마저 부정적 의견을 내놓았는데도 시장 공약이라는 이유로 강행하려 한다. 특히 민간의 참여가 절실한 사회복지 분야에서 공공이 똑같은 우를 범할까 걱정이다. 공공은 민간이 잘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게 제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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