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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종배 안산상록경찰서 팔곡파출소 경위
어릴 적 농촌이었던 고향 마을에는 두영이라는 청년이 있었다. 나는 그에 대한 정확한 성도, 이름도, 나이도 모른 채 그저 두영이로 불렀다. 그는 마을의 이 집 저 집을 돌아다니며 동가식(東家食)서가숙(西家宿) 하는 30세가량의 청년 걸인이었고 나는 무섭고 두려워하면서도 한편으론 그를 놀리기 일쑤였다. 어머니는 어려운 살림에도 밥 차리는 냄새를 맡고 찾아온 두영이에게 반찬 몇 가지를 곁들여 밥을 차려주곤 하셨다. 따뜻한 밥과 국 한 그릇을 주는 나눔을 실천함으로써 가정 내에 복이 들어온다고 믿으셨으리라. 그럴 때마다 두영이는 밥 한 톨, 반찬 하나도 남기지 않고 먹고 난 후 어디론가 홀연히 또 가버린다. 그런 두영이에게도 철칙(鐵則)은 있었다. 절대 남의 집 담을 몰래 넘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고향 마을이 공업단지로 개발이 되고 대단위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게 되자 두영이는 홀연히 자취를 감췄다. 풍문으로는 다른 마을로 갔다고도 하는 등 소문만 무성할 뿐 그의 행방을 전혀 알지 못한다. 지금은 노인이 돼 있을 그가 잘 살고 있기를 기대한다. 어느덧 내 나이도 지천명(知天命)을 넘어 머리에 드문드문 흰서리가 오롯이 내려앉은 지금, 두영이가 문득 떠오르는 이유는 뭘까?

 경제가 발전하고 모든 것이 편리해진 세상이 많이 각박해졌다고 한다. 다른 사람은 생각지 않고 나만 편하면 된다는 이기주의가 만연하고 각종 범죄 및 사건 사고가 신문의 사회면을 장식할 뿐만 아니라 별다른 죄의식 없이 남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 다반사가 됐다. 그러나 희망은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에는 아직 이웃을 생각하고 배려하는 공동체 의식이라는 훌륭한 전통이 있지 않은가? 가정의 달 5월 따스한 마음으로 주변을 더 돌아보고 개인보다 더불어 사는 공동체 의식을 되살려 인간성을 회복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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