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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수 노사발전재단 인천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 소장
75세 이상 노년층의 고용률이 5년째 OECD 회원국 중에서 1위를 기록하고 있다는 소식이 눈길을 끈다. 연금제도가 성숙하지 못한 이유로 고령이 돼서도 은퇴를 하지 못하는 현실을 안타깝게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저출산 고령화 시대로 접어든 지금은 일할 수 있는 능력이 뒷받침된다면 고용시장에서 역할을 하는 것이 개인이나 사회를 위해서도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만 40세 이상 중장년 구직자의 재취업을 돕고 있는 인천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에도 간혹 70대 장년들이 문을 두드리는 경우가 있다. 아버님 같은 생각이 들어 "연세도 많으신데 쉬시지 뭐하러 일자리를 구하시려고요."라고 여쭈면 이런 대답이 돌아온다. "이렇게 오래 살 줄은 몰랐네. 더 살려면 그만큼 돈을 더 벌어야 할 것 같아서…."

 건강관리를 잘하면 100세까지도 사는 시대다. 수명이 길어짐에 따라 그만큼 사회활동을 하는 기간도 늘어났다. 저출산 고령화가 본격화되면서 길어진 생애주기에 맞게 여러 가지 제도변화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올해부터 모든 사업장에 의무화된 ‘정년 60세’ 역시 그 일환이다. 그런데 문제는 은퇴 나이를 60세라고 치더라도 은퇴 후 10년 내지 길게는 20년 정도의 기간 동안 무엇을 하면서 살아갈 것인가 하는 것이다. 그냥 등산이나 하면서 보낼 수도 없고, 치킨집이나 편의점, 커피숍 같은 자영업은 더더욱 쉽지 않다.

 그렇다면 은퇴 후 제2의 인생설계는 어떻게 준비해야 할 것인가. 은퇴하신 분들이 공통적으로 후회하는 것이 "진작 준비해 둘 걸"이다. 또 "일할 만큼 했으니 좀 쉬다가 천천히 찾아보자"이다. 성공적인 인생 2막을 위해서는 안정적일 때 ‘지금’ 자신의 역량이나 적성 등을 파악하고 목표를 잘 설정해야 한다. 시간이 너무 늦어지면 그만큼 더 어려워진다. 또한 "남들이 하니까 나도" 하는 생각이나 "내가 어떤 사람인데 그런 일을 해"라고 속단하지 말고, 한두 해 일자리가 아니라 새로운 10년~20년 일자리를 찾는다는 마음으로 준비해야 한다. 무엇보다 실업이나 은퇴가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라는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하다. 특히 중장년층이 새로운 일자리를 시작하기 위해서는 대학이나 고등학교 신규 졸업자와는 다른 준비 과정이 있어야 한다. 과거와는 지금의 일자리 환경이 많이 다르기 때문이다.

새로운 환경에 맞는 새로운 준비가 필요한 것이다. 이력서 쓰는 법, 면접 보는 요령, 일자리 정보를 찾는 방법 등 아주 기초적인 것부터 체크를 해나가야 한다. 그리고 퇴직이나 은퇴를 하게 되면 아무래도 평생직장이라는 기대가 무너진 허탈감, 또 새로운 일이나 직장에 대한 두려움 같은 심리적 부담이 많을 수밖에 없다. 심리적 안정을 바탕으로 충분한 준비를 거치는 것이 새로운 일자리에서 제2의 인생을 성공적으로 시작할 수 있는 토대가 된다. 이러한 재취업 준비나 경력설계는 혼자 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전문기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여행을 갈 때 우선 목적지를 정하고, 그 목적지에 맞는 짐을 꾸리는 것처럼 사람의 인생도 목적지가 다 다르고 또 거기에 맞게 챙겨야 하는 짐도 역시 다양하다. 많은 중장년들이 과거에 본인의 경력이나 개인의 장점, 역량과는 무관하게 새로운 일자리를 찾는다. 하지만 그렇게 재취업을 하게 되면 얼마 가지 않아 다시 구직자로 돌아오는 경우가 적지 않다. 각자의 과거 경력과 미래 비전에 맞는 맞춤형 설계가 필요한 것이다.

현재 정부에서는 만 40세 이상 중장년을 대상으로 은퇴 후에 제2의 인생을 고민하고 미리 설계해 보도록 돕기 위해 ‘생애경력설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재직자들에게 지난 직업생활을 돌아보고 현재 자신이 보유한 직업 역량을 분석해 현직을 유지하는 동안 미래의 삶을 준비하도록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회사 입장에서는 중장년 직원들의 복지 차원에서, 그리고 자칫 일하고자 하는 열정이 꺼질 수도 있는 중장년 근로자들에게 새로운 동기 부여를 해 준다는 측면에서 호응이 높다. 그동안 재직자 중심에서 올해부터 구직자로까지 확대된 ‘생애 경력설계 프로그램’은 구직자나 은퇴 예정자들에게 당장 급한 일자리를 찾아드리는 것보다 더 중요하고 더 장기적인 도움을 주는 성과를 내고 있다. 성공적인 인생 후반전을 준비하는 구직자나 재직자가 있다면 지금부터 미리미리 계획하고 점검해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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