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민들이 23일 수원역 대합실에서 첫 정식 재판에 출석한 박근혜 전 대통령과 공범 ‘비선실세’ 최순실  씨의 모습을 텔레비전으로 지켜보고 있다.  홍승남 기자 nam1432@kihoilbo.co.kr
▲ 시민들이 23일 수원역 대합실에서 첫 정식 재판에 출석한 박근혜 전 대통령과 공범 ‘비선실세’ 최순실 씨의 모습을 텔레비전으로 지켜보고 있다. 홍승남 기자 nam1432@kihoilbo.co.kr
‘국정농단 사건’의 핵심인 박근혜 전 대통령이 23일 첫 정식 재판에 출석한 모습을 텔레비전 중계로 지켜본 경기도내 시민사회단체와 시민들은 "이번 재판은 촛불 국민들이 일궈낸 민주주의 성과"라고 환영하면서도 자칫 현 정권의 눈치 보기식 재판 결과가 나오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는 등 엇갈린 표정이다.

박근혜퇴진 경기운동본부 이종범 공동상임위원장은 "박 전 대통령이 모든 혐의를 부인하는 모습을 보고 여전히 국민들에게 죄송한 마음을 갖고 있지 않다고 생각했다"며 "한 국가의 대통령이었던 만큼 겸허하게 혐의를 인정하고 재판에 임하는 것이 국민들에게 진정으로 사죄하는 길"이라고 지적했다.

또 "국민들이 사법부를 불신하고 있지만 이번 재판만큼은 공명정대하게 국민들의 뜻을 헤아려 국정농단의 모든 실체를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보 성향의 민주노총 경기도본부 이상배 교육선전차장은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 모두 혐의를 부인하고 발뺌하면서 국민들을 우롱하고 있다"며 "상식적인 판단으로 유죄가 인정되더라도 적정 형량이 내려질 수 있도록 국민 모두 관심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일반 시민들의 목소리도 컸다.

단국대학교 죽전캠퍼스 경영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인 김용호(29)씨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재판에 출석한 모습은 권력자도 죄를 지으면 재판을 받게 된다는 의미 있는 장면이었다"며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의 모든 혐의가 밝혀지고 처벌까지 이뤄질 수 있도록 국민들이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용인시 죽전동에 사는 최세정(41·주부)씨도 "검찰에 이전 정권의 세력들이 많이 있다고 하는데 박 전 대통령의 혐의를 입증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며 "아직 본격적인 사법개혁이 시작되지 않은 만큼 혹 국민들의 기대를 저버리는 재판 결과가 나오지는 않을지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반면 사법부가 새로운 정부의 입맛에 맞는 재판 결과를 내놓을 가능성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자신을 박 전 대통령의 지지자라고 밝힌 정모(68)씨는 "문재인 정권이 결과는 이미 정해 놓고 형식적인 수사와 재판을 벌이고 있는 것 같다"며 "재판 과정을 공개하면서 박 전 대통령을 국민의 웃음거리로 만들고 있다"고 성토했다.

도내 보훈단체 한 관계자도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에게 죄가 있다면 하나도 남김 없이 밝혀야 하는 게 맞지만 사회적 분위기에 떠밀려 재판부가 무리한 결과를 내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며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투명한 재판이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임성봉 기자 bong@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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