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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기범 아나운서
프로 스포츠를 좋아하시나요? 저는 경기장에 자주 가지는 못하더라도 야구, 축구, 배구 등의 프로스포츠에는 늘 관심을 갖고 새로운 소식을 찾아서 보는 편입니다. 적어도 순위 정도는 파악하고 있습니다. 물론 짬짬이 텔레비전 중계도 종종 보곤 했었지요. 그런데 올해는 3월부터 밤 프로그램 ‘원기범의 별빛라디오’를 맡게 되었기 때문에, 평일에는 주로 저녁에 경기가 있는 프로야구의 경우에는, 중계방송조차 한 경기도 보지 못했습니다.

 그러다가 지난 5월 첫 주 공휴일(그날은 오후 2시에 경기가 시작됐습니다)에 온 가족과 함께 모처럼 야구장에 갔습니다. 근 1년 만에 다시 찾은 문학야구장이었습니다. 오랜만에 가서 그랬는지 몰라도 확 트인 경기장의 모습, 선수들의 활기찬 플레이, 그리고 관중들의 뜨거운 응원이 매우 기분 좋고 신나게 느껴졌습니다. 게다가 그날 경기는 제가 보았던 경기 중에 최고로 재미있는 게임이었습니다. 중계방송으로 본 경기를 포함해서도 단연 제일입니다. 인천 연고의 홈팀이 선발투수 난조로 경기 초반에 0-6으로 끌려 갔었습니다. 그러다가 적시타와 홈런 등으로 5-6까지 따라붙습니다. 그러나 다시 실점과 득점. 7-8로 패색이 짙던 9회말, 기적 같은 동점 홈런이 나와서 경기를 연장까지 끌고 갑니다. 하지만 10회초 상대팀의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홈런으로 결국 8-9로 패하고 말았습니다. 그런데도 홈팀을 응원하던 관중들은 경기가 끝난 후 선수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로 격려해 주었습니다. 물론 패배의 아쉬움은 짙게 남아 있었지만 선수들이 끝까지 최선을 다해 줬고 후회 없는 플레이를 보여줬기 때문일 것입니다. 사실 초반의 큰 점수 차를 극복하고 따라붙기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승패와 상관없이 경기 관전의 기쁨을 준 경기였습니다. 그날 양 팀 합해 모두 6개의 홈런포가 나왔는데, 특히 홈팀의 홈런 레이스는 가공할 만한 것이었습니다. 경기일 기준, 팀 홈런이 1위였는데 2위팀과 무려 21개나 차이가 나고 있었습니다. 말 그대로 ‘공포의 홈런군단’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줬습니다. 그 팀에 새삼 흥미가 생겨 집에 돌아오자마자 검색을 해보았습니다.

 올해 처음으로 지휘봉을 잡은 외국인 감독에 대한 기사가 눈에 많이 띄었습니다. 인화, 소통, 신뢰를 중시하는 레이 힐만 감독은 한미일 3국의 프로야구 감독을 모두 지낸 최초의 인물이라고 합니다. ‘매혹적인 팀컬러’, ‘즐기는 야구’ 등의 기사 제목이 눈에 띄었습니다. 팬들이 좋아할 만한 문구입니다. 그 뿐만이 아닙니다. 언론 보도에 의하면, 힐만 감독은 부임 직후부터 틈나는 대로 "나는 존중(Respect)이라는 단어를 좋아한다. ‘신뢰 쌓기’가 가장 우선이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야구에 앞서 가장 기본적인 것은 ‘존중’과 ‘신뢰’가 바탕이 된 관계 설정이 먼저라는 것입니다. 그는 또 "소통과 개별적인 스킨십을 통한 서로 간의 이해, 그것을 바탕으로 이뤄진 선수단의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라며 "경기장에서 좋은 플레이를 하는 것도 ‘팀’이 이뤄지고 난 이후에 가능하다"라고 자신의 야구 철학을 밝혔습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 선수들은 물론이고 코치진도 이구동성으로 변화된 팀컬러에 매우 고무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전언입니다. 해당 팀의 어느 코치는 "감독님과 선수들 간에 강한 신뢰 관계가 만들어졌다"며 "감독님은 코치들과 선수들의 능력을 믿는 가운데 최선의 결과를 끌어낼 수 있는 바탕을 제공한다. 그것이 바로 올 시즌 가장 크게 달라진 변화"라고 말합니다. 힐만 감독에 대한 평가가 하나 더 있습니다. ‘힐만 감독은 확신에 찬 긍정남’이라는 것입니다. 참 매력적인 인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존중과 신뢰, 이해를 바탕으로 한 소통, 그리고 긍정의 마음! 비단 야구장에서만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새로운 시대, 우리 사회에서 꼭 필요한 가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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