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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겸 시인
얼마 전 모 월간 문예지에서 주관하는 문학 기행에 참여한 적이 있었다. 서울 사당역에서 출발한 전세버스가 경부고속도로를 달리다 용인시에 진입할 즈음, 죽전 인근 ‘아르피아 타워’ 에 부착된 ‘엄마특별시 용인’이라는 문구에 모든 눈길이 멈췄다.

 그리고 모두들 한마디씩 했다. 시인들답게 과거의 엄마를 생각하면서 세부적 정책이야 어떻든 간에 엄마를 생각해주고 엄마의 어려움을 알리려는 상징성에 여성 시인들은 모두 공감하며 ‘엄마’ 라는 호칭으로 저렇게 대우해 주니 고마운 일이라며 한마디씩 했다.

 그런데 왜 ‘어머니특별시’가 아닌 ‘엄마특별시’로 했을까? 라는 의문과 이에 대한 즉석 토론도 이어졌다. 일상의 생활에서 보편적 언어로 쓰이는 ‘어머니’ 대신 ‘엄마’라고 쓴 이유가 나름대로 있었을 것이다.

 보통의 아이들은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는 주로 어머니 대신 엄마라고 격식 없이 부른다. 그렇다면 엄마라고 쓴 용어의 정의에 대해 의문이 거의 풀린 셈이다.

 여성들이 가장 힘든 기간은 임신에서 출산 그리고 자녀들이 엄마라고 부르는 보육과 교육을 뒷바라지 해 줘야 하는 유치원에서 고등학교 시기라 할 수 있다. 이는 다양한 사회적 요인들에 의해 영향을 받고 있으며 예측하기 어려운 생애의 사건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노동시장에 뛰어 들면서 일과 가정 사이에서 갈등을 겪는 시점이 인생에 있어 어쩌면 가장 어려운 시기인 것이다. 따라서 엄마 소리를 듣는 기간의 여성들은 피곤하고 고달프고 힘이 들기 때문에 이 시기의 여성들을 우대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발로가 된 것이라고 짐작해 본다.

 가정의 달 오월이 이제 서서히 막을 내리고 있다. 오월은 어버이날이 있어서인지 유독 엄마에 대한 생각이 더욱 생각나는 계절이다. 우리들의 엄마는 늘 긴장하고 경직된 삶의 시간이었다.

 어린 시절 내가 본 엄마의 느낌은 땡볕 내리쬐는 한 여름, 배추 밭에서 김을 매면서도 점심 때가 되면 어김없이 아버지께 점심상을 차려주고 당신은 부뚜막에 걸터앉아 찬밥 한 덩이로 허기를 달래며 아버지가 잠깐 쉬는 시간을 이용해 저녁 찬거리를 미리 준비하는 고단한 인생으로 기억된다.

 요즘은 맞벌이라는 용어가 자연스럽게 회자되면서 도시에 사는 젊은 부부들의 전유물처럼 생각하고 있지만 맞벌이는 사실상 신석기 시대 이후 산업형태가 농경사회로 접어들면서 부부가 함께 일을 하며 농사도 짓고 가축을 기르며 공동생활을 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다.

 그럼에도 남자의 공로만 인정하고 여성 노동을 인정하지 않는 가부장적 시대에서 맞벌이라는 용어는 부각되지 않았다가 현대에 이르러 노동의 종류가 다양화되면서 여성 참여가 늘어나고 부부 간 노동의 대가를 평등시 하는 과정에 맞벌이라는 용어가 자연스럽게 정립된 것이다.

 맞벌이는 예나 지금이나 엄마에게는 늘 불리하게 작용했다. 부부 간 함께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엄마는 아이를 양육함에 있어 1순위이고, 밥하는 일과 설거지 하는 일 또한 1순위다. 어디 그것뿐만이랴 집안 살림을 도맡아 정리 정돈하는 가사노동 또한 1순위 인 것이다. 요즘 신혼부부와 젊은 세대들은 직장 일을 마치고 귀가해 가사노동을 분담하고 있다 하지만 오랜 관습으로 인한 남녀 간 보육과 가사노동의 불평등은 아직도 여전하다.

 환갑을 눈앞에 둔 나 역시 가끔 동창회나 친목 모임에서 엄마와 관련된 노래가 나오면 마음이 찡하고 울컥하는 것은 어떤 연유에서일까?

 특히, 초등학교 시절 배운 ‘섬집아기’라는 노래가 나오면 모두들 엄마의 애틋한 자식 사랑에 합창을 하며 눈물을 흘린다. 하기야 어릴 때 ‘섬집아기’를 부르면 동요가 되지만 나이가 지긋이 들어 부르면 알게 모르게 불효를 저지른 현실 속에서 용서를 구하는 의미에서 그것은 곧 사모곡이 되는 것이다.

 파란만장한 고난 속에서도 좌절할 줄 모르는 강인한 우리 엄마 모습, 생명의 창조자로서 그리고 선각자로서 진정한 희생자인 우리 모두의 엄마는 위대하고 거룩한 존재인 것이다.

 높은 하늘과 넓은 바다를 가슴속으로 품고 있는 이 세상 모두의 엄마들, 이유야 어쨌든 간 우리나라 전체를 ‘엄마특별시’로 만들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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