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정2구역 등 ‘인천 뉴스테이’는 유정복 인천시장이 후보 시절 공약으로 내세운 ‘부채 탕감’의 연장선이었다. 1조 원이 넘는 사업비를 조달하면 부채가 불어나기에 자금을 끌어올 수 있는 민간사업자를 껴안은 것이다. 이때부터 시와 인천도시공사는 민간사업자에게 끌려다녔다.

2015년 5월께 시는 국토교통부에 원도심 재개발·정비사업을 할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한다. 국토부는 시의 요청을 받아들여 십정2구역을 뉴스테이 연계 시범사업으로 선정했다. 리츠 방식으로 신탁사를 알아봤지만 쉽게 손을 잡으려 하지 않았다. 이때 등장한 곳이 마이마알이(당시 스트래튼 홀딩스)였다.

도시공사는 부동산펀드 방식에 관심을 보이며 마이마알이에 자금 조달을 부탁한다. 마이마알이에 임대사업을 맡기는 조건이었다. 마이마알이는 IBK투자증권(자산관리자)과 협의해 SPC 2곳(인천십정2뉴스테이·에스에프더베스트)을 만들고, 십정2뉴스테이와 도시공사는 임대사업자 계약을 맺는다. 이 기간 마이마알이는 임대사업권을 십정2뉴스테이에 넘기고, 자금 8천500억 원이 모두 조달되면 임대사업권을 다시 넘겨받는 구조다.

에스에프더베스트는 도시공사와 마이마알이가 체결한 부동산 매매계약서를 갖고 십정2뉴스테이에서 ‘대출채권’을 받아 유동화기업어음(ABCP)을 발행했다. 이 ABCP로 IBK는 투자자들에게서 2천억 원을 끌어왔다. 이 돈은 IBK→에스에프더베스트→인천십정2뉴스테이→도시공사로 들어갔다. 복잡한 구조지만 도시공사는 부채가 늘지 않는 장점이 있다.

마이마알이 관계자는 "시와 도시공사가 십정2구역 사업비를 조달해 달라고 먼저 부탁했다"며 "이런 구조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곳은 마이마알이가 유일했고, 국토부가 도시공사에 다리를 놓았다"고 말했다.

십정2구역은 지난 10일 마이마알이가 중도금을 내지 못하는 대신 6천500억 원을 한꺼번에 납부하겠다고 했지만 도시공사가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사업이 흔들리고 있다. 주민들은 이참에 관리처분 방식이 아닌 일괄수용 방식으로 되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십정2구역 내재산지킴이 관계자는 "수용 방식은 토지·건물의 100%를 보상받고 아파트 입주권도 받는다"며 "현재 방식은 주택 60%, 상가 40%의 이주대여금을 받는데, 사업이 중간에 멈추거나 지연되면 사업비는 늘어나고 주민들의 불안감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리츠 방식인 청천2구역(사업비 1조2천억 원)도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지급보증으로 대출(2천억 원)을 받았고, 추가로 5천억 원을 대출받을 예정이지만 약 2천억 원이 부족해 착공이 지난해 12월에서 올해 7∼9월로 늦어지고 있다. 도화1구역도 비슷한 재무구조로 현재는 하나자산신탁이 시공사의 출자(공사비 4.8%)를 요구한 상태다.

이처럼 뉴스테이 사업의 기형적 자금구조와 주민들의 민원이 이어지자 문재인 정부는 앞으로 HUG 투·융자를 없애고, 도시재생법상 ‘현지개량’ 방식(일부 수용·자금 지원) 등을 검토하고 있다.

이창호 기자 ych23@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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