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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제 무대에서 한국의 대중문화에 대한 낭보가 자주 들려온다. 지난 22일 K-POP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은 미국의 권위 있는 음악 시상식 ‘빌보드 뮤직 어워드’에서 ‘톱 소셜 미디어 아티스트’에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영화계에서도 희소식을 기대하는 분위기로, 올해로 70회를 맞은 칸 영화제에 우리 영화 두 편이 경쟁부문에 진출했기 때문이다. 칸과 오랜 인연이 있는 홍상수 감독의 영화 ‘그 후’와 봉준호 감독의 ‘옥자’ 모두 현지 반응이 좋아 수상 가능성을 조심스레 예측하는 가운데 한 심사위원의 발언이 화제가 됐다. "극장에서 상영할 수 없는 영화가 수상하는 일은 상상할 수 없다"는 이 의견은 ‘옥자’를 어느 정도 유념한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영화 ‘옥자’는 온라인 영화 스트리밍 회사인 ‘넷플렉스’의 지원으로 제작된 작품으로, 이는 극장보다는 모바일, PC와 같은 디지털 기기를 통해 관객에게 접근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인터넷의 활성화와 디지털 기술의 가파른 성장은 삶의 패턴을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다. 방탄소년단의 수상 분야도 디지털을 통한 소통으로 음악적 외연을 넓힌 결과로 볼 수 있는 만큼 ‘옥자’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이런 맥락에 맞춰 오늘은 영화산업의 신흥 강자로 떠오른 넷플렉스 서비스 영화인 ‘아이보이(iBOY)’를 소개하려 한다.

런던의 슬럼가에 살고 있는 고등학생 톰은 오랜 시간 소꿉친구 루시를 짝사랑해 왔다. 소심한 성격 탓에 고백 한 번 못해 봤지만 주변 친구들은 이미 그의 속마음을 다 알고 있을 만큼 순애보적 인물이다. 어느 날 루시의 요청으로 함께 공부하기로 한 톰은 두 근 반 세 근 반 설레는 마음을 숨기지 못한다. 그러나 약속시간이 한참 지나도 오지 않는 루시가 걱정된 톰은 그녀의 집을 찾았다가 괴한의 습격을 받는다. 머리에 총상을 입는 사고 이후 그는 놀라운 능력을 얻게 되는데, 생각만으로 휴대전화, 노트북 등 주변의 모든 디지털 기기를 조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즉, 해커와 비슷한 개념으로, 그는 이 신비한 능력을 활용해 루시를 괴롭힌 범인들을 ‘아이보이(iBOY)’라는 아이디로 추적하며 새로운 방식의 복수극을 펼친다.

영화 ‘아이보이’는 청소년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영화로, 젊은 층을 겨냥해서 만든 작품이다. 영화의 전개 방향이 다소 허황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다양한 판타지물을 접한 관객들에게는 무리 없이 소화될 수 있는 스토리라인이다. 특히 디지털 기기와 친숙한 요즘 관객들에게는 디지털 히어로의 탄생이라는 흥미로운 설정이 눈길을 끈다.

하지만 이런 새로운 발상에도 불구하고 중반을 넘어선 영화의 전개는 초반의 신선함을 충족시키지 못했다. 정의 구현을 위한 슈퍼 히어로와는 방향성을 달리하는 복수를 위한 반항적이며 어두운 영웅으로 그려진 톰의 모습은 공감대 형성의 빈약함을 보이는가 하면, 주변 캐릭터들 또한 성격 구축의 허점을 드러내며 아쉬움을 남겼다. 그러나 해킹을 통해 탄생된 독특한 다크 히어로의 등장은 눈여겨볼 만하다.

결론의 미진함은 있을지라도 새로운 소재를 발 빠르게 선보인 영화 ‘아이보이’는 온라인 스트리밍을 통한 영화 보기에 익숙한 관객들에게는 게임이나 코믹북을 실사로 보는 재미를 선사하며 좋은 반응을 끌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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