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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오윤석 인천섬유산연구회 회원, 선인고 교사
수억 년 전에 태어나 오랜 땅의 역사를 간직한 섬이 있다. 바로 ‘영흥도’다. 이 섬은 인천에서 남쪽으로 약 26㎞ 지점에 위치해 있다. 지도상으로는 안산시 대부도 옆에 있다. 경기도에 속해 있는 섬으로 오해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인천시 옹진군 영흥면에 속해 있는 엄연한 인천의 섬이다. 예전에는 영흥도를 가기 위해서는 인천에서 배를 타야만 했으나 영흥도와 선재도가 영흥대교로 연결돼 선재도와 선재대교, 대부도 등을 거치는 도로로 육지와 연결됐다. 자동차로 인천에서 영흥도까지 1시간 30분이면 도달할 수 있는 매우 가까운 섬이 아닌 섬이 됐다.

 영흥도는 고려 말 왕족이었던 익령군(翼嶺君) 기(奇)가 정국의 불안으로 자신의 목숨이 위태로워지자 온 식구를 이끌고 이곳으로 피신하면서 익령군의 영(靈)자를 따서 ‘영흥도(靈興島)’라고 칭했다고 전해진다. 고려시대의 영흥도는 지금과 같이 영흥도로 칭했고, 영흥도 옆에 위치한 ‘선재도’는 ‘소우도’라 불렀다. 영흥도는 조선 후기에 한때 ‘연흥도’란 별칭이 있었던 것 외에는 오늘날까지도 계속 사용되고 있다.

 영흥도는 옹진군에서 백령도 다음으로 큰 섬으로, 최고봉인 국사봉(127.7m)을 빼면 대체로 평탄한 지형이다. 해안에는 조간대가 넓게 발달하고 곳곳에 모래 해안이 나타난다. 동쪽에는 대부도, 북쪽에 무의도, 서쪽에 자월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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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경리 해안
영흥도 중앙에 자리잡은 국사봉에서 조망하는 자연지형은 리아스식 해안과 곳곳에 모래사장, 뻘조간대가 발달해 경관을 이루고 있다. 섬의 북단 십리포 일대는 다양한 색깔의 자갈과 고운 모래로 양호한 해수욕장을 이루고 있다. 해수욕장의 양끝은 해안절벽으로 모래사장을 감싸고 있다. 십리포 해안 바로 후면에는 대규모의 오래된 소사나무 군락이 있어 모래사장과 어울려 아름다운 해안경관을 갖추고 있다.

농어바위와 진여 사이의 해안절벽은 소규모이기는 하나 파식대가 잘 발달해 아름답고, 해안절벽 사이로 형성된 수해 백사장을 비롯한 소규모 백사장은 굴 껍질로 이뤄진 모래와 함께 아름다운 모습을 하고 있다. 장경리 앞 해안도 배후에 해송이 우거지고 모래와 자갈로 이뤄진 만곡형의 해안이 넓게 발달해 낙조와 함께 일품을 이루고 있다. 양노봉의 서쪽 해안도 해안절벽과 사이사이 이뤄진 백사장과 배후면의 숲으로 인해 좋은 경관을 갖고 있다.

 십리포 해변의 명칭은 진두선착장으로부터 십 리(약 4㎞) 떨어진 곳에 위치한 해변이라는 의미에서 유래됐다. 십리포 해변은 인천에서 서남쪽으로 34㎞ 떨어진 영흥도의 북쪽 해안에 위치한 자연 해변이다. 길이 400m의 왕모래와 작은 자갈로 이뤄진 특이한 지역이다. 해변의 동쪽과 서쪽은 퇴적암기원의 변성암이 발달돼 장관을 이루고 있으며, 5천m의 백사장과 주변은 300그루의 소사나무 군락지역으로 유명하다. 전국적으로 유일한 괴수목 지역으로 옹진군은 이를 보호하고 있다. 소사나무 숲은 겨울엔 방풍막이 되고 여름엔 ‘십리포 에어컨’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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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생대에 형성된 태안층
바다를 바라보기 딱 좋은 모래밭엔 파라솔이 즐비하며, 특히 야간에는 수평선 너머로 아련히 인천의 아름다운 야경이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을 연상케 한다.

 십리포 해안의 서쪽 또는 동쪽 산책로를 따라 거닐다 보면 암석을 만나게 된다. 이 암석이 바로 이 지역을 대표하는 ‘태안층’의 암석들이다. 4억2천만 년 전 고생대 데본기에 바다에서 퇴적물들이 쌓여 형성됐다. 십리포 해안에서 보이는 암석들을 잘 관찰해 보면 움푹 들어간 부분과 돌출된 부분을 볼 수 있다. 움푹 패인 암석은 이암이 변성된 편암이고, 돌출된 암석은 사암이 변성된 규암이다. 이렇게 암석의 표면이 매끄럽지 못한 것은 암석이 바람, 흐르는 물 등에 의한 침식에 견디는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나타난다. 이것을 ‘차별침식’이라 한다.

이러한 규암과 편암은 태안층 암석 내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며 편암의 미세 엽층리에서는 크기는 작지만 연속성이 좋은 습곡 구조가 잘 보인다. 이러한 결과는 아주 오래전 바닷속에 쌓인 퇴적물들이 층리를 이룬 후 심한 횡압력을 받아 생긴 결과다.

 장경리 해수욕장의 해변은 자갈 모래로 돼 있으며, 총길이 1.5㎞ 정도인 영흥도의 대표적인 해수욕장이다. 백사장은 자갈이 함께 섞여 있어 일광욕 등을 즐기기 좋고, 해수욕장 주변에는 100년이 넘은 소나무 숲이 우거져 있어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최고의 휴식처로 사랑받고 있다. 특히 이곳의 노송지대에서 보는 낙조는 아름답기로 소문이 나 있다. 이곳 또한 서해안의 다른 해변과 마찬가지로 갯벌에 나가 조개, 낙지 등을 잡을 수 있어 가족을 동반한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장경리 해수욕장의 지형은 해안선이 육지로 후퇴한 만으로 형성돼 있고, 해수욕장의 좌(남서쪽)·우(북동쪽) 측으로는 육지가 바다로 전진한 곶이 돌출하고 있다. 좌측 해안에서부터 뻗어 나온 사주 형태의 퇴적물에 의해 바깥쪽 바다와 안쪽 바다가 부분적으로 단절돼 있는 매우 독특한 형태를 이루고 있다.

 장경리 해변을 지나 북쪽으로 팻말을 따라 10분 정도 걸어가면 농어바위로 들어가는 길이 보인다. 이곳 해변에서는 서해안이라 느껴지지 않을 만큼 바닷물이 맑으며 탁 트인 바다와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을 수 있다. 또 덕적도·무의도·팔미도·인천항과 송도국제도시의 모습을 육안으로 볼 수 있으며, 특히 송도국제도시의 야경이 아름답다.

 농어바위에는 옛날 병상의 홀어머니를 모시고 살던 가난한 어부가 바위에서 어머니가 좋아하는 농어를 잡는 꿈을 꾸고는 다음 날부터 꿈속의 바위를 찾아 며칠을 헤매다 이 바위를 발견하고는 바위 위에서 낚시를 했더니 큰 농어가 많이 잡혔고, 그 후 농어를 먹은 어머니는 병이 치료됐다. 효자 아들은 부자가 돼 그 이후부터 이곳이 ‘농어바위’라고 불리게 됐다는 전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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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담리 패총
영흥도에는 해안가에 마련된 갯벌체험장뿐 아니라 영흥화력발전소에서 운영하는 영흥도 에너지파크의 에너지 관련 전시관과 인천수산연구소의 해양 관련 전시관 등이 마련돼 있어 가족단위로 체험활동을 하기에 매우 좋은 조건을 간직하고 있다.

 영흥도 남쪽에 위치한 용담리에서는 신석기 유물과 함께 패총이 발견돼 영흥도는 신석기시대부터 사람이 살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영흥도의 먹을거리는 싱싱한 바지락으로 끓어낸 바지락칼국수가 유명하다.

정리=최유탁 기자 cyt@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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