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해용.jpg
▲ 권해용 국립농업과학원 잠사양봉소재과 연구관
올해처럼 미세 먼지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미세 먼지는 화석원료의 소비와 함께 우리에게 다가 온 새로운 환경 재앙이다. 석유, 석탄 등 화석원료로 만든 수 많은 생활용품들은 필연적으로 미세 먼지를 유발한다. 이번 미세 먼지 사태를 계기로 맑고 깨끗한 천연 자원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농업생물자원은 지속적으로 재생산이 가능한 대표적인 청정 자원으로 화석원료를 대체할 미래 자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우리나라는 OECD 35개 회원국 중에서 저출산, 고령화 추세가 가장 심각한 35위로 평가되는 반면 기대수명은 82.2살로 OECD 평균보다 높다. 우리나라 상황으로나 지구적 차원에서나 청정 친환경 생체재료 개발은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선택이 되고 있다. 실크는 흔히 하늘이 내려준 벌레(蠶)라고 알려져 있는 누에가 만드는 농업생물자원이다. 부드러운 감촉, 자연스러운 곡선미와 함께 특유의 상쾌한 비단 소리로 유명한 실크는 ‘섬유의 여왕’이라 불려왔다. 현재 실크는 섬유 소재뿐 아니라 먹고 바르고 나아가 의료용 소재로 까지 활용되는 친환경 미래 자원으로 재조명되고 있다.

 2050년이 되면 고령 인구 증가와 함께 지구상의 인구는 90억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심각한 식량 자원 부족 및 환경오염 가능성이 예측된다. 식량자원 부족을 해결할 새로운 건강한 단백질원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다.

 순수한 단백질로 구성돼 있는 실크는 인류 건강을 책임질 건강한 단백질 자원이다. 피부, 머리카락, 손톱 등 인체 기관뿐 아니라 인체의 균형을 유지해주는 면역 물질의 주성분은 대부분 단백질로 구성돼 있다. 단백질이 부족해지면 피부 등 인체 기관의 노화가 촉진되고 면역기능이 저하돼 몸이 자주 피곤하고 무기력하게 된다. 실크를 구성하고 있는 피브로인 펩타이드는 기억력 개선 효능을 인증받아 개별인증형 기능성 식품으로 사용된다. 일반인을 포함해 학업에 지친 수험생이나 노령층의 기력을 보충하거나 학습력 증진, 기억력 개선에 도움을 주는 건강한 식품이다. 비단결 같은 피부라는 말이 예부터 회자되고 있는 것은 미용 재료로서 실크의 활용성을 말해 준다. 실크의 주요 성분이 사람 피부의 성분과 유사할 뿐 아니라 피부 조직을 만드는 콜라겐의 생성을 촉진하고, 피부 노화를 억제하는 기능이 있기 때문이다. 실크는 주름 개선용 화장품, 미용비누, 머리 염색약, 머리카락 코팅제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되고 있다.

 최근 들어 미래 의료용 재료로 실크는 연구재료로 사용된다. 실크는 인체 거부 반응이 적고 매끈한 섬유의 특성을 가지고 있어 수술용 봉합사로 인류 역사와 함께 사용돼 왔다. 현대 과학의 발전과 함께 과학적으로도 생체 안전성과 생체 적합성이 검증되고 있는 실크는 고막 재생용 실크막, 치과용 차폐막 등 다양한 의료 분야의 재료로 활용이 검토되고 있는 대표적인 농업 생물자원 유래 생체재료이다. 미세 먼지는 우리에게 지속 가능한 청정 친환경 자원의 확보 및 개발이 미래 인류 생존의 필수 요소임을 일깨워 주고 있다. 그 중에서도 누에가 생산하는 농업생물자원인 실크는 건강한 삶을 영위하기 위한 먹을 거리 자원으로, 아름다운 삶을 살기 위한 미용 자원으로, 그리고 고령화 시대의 건강을 뒷받침하는 의료용 자원으로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것이 친환경 미래 자원 ‘실크’를 생산하는 누에산업을 주목하는 이유이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