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공사에는 ‘공(公)’은 없고 ‘사(社)’만 있다. 그곳에는 쓰면 뱉고 달면 삼키는 기업 이기주의가 작동할 뿐이다.

자사고인 하늘고등학교가 그런 꼴이다. 공사 임직원 자녀가 진학했던 하늘고는 초기 재단인 공사의 지원으로 괜찮은 학교 축에 들었다.

공사 임직원 자녀의 진학이 준 하늘고는 이제 예전 같지 않다. 장봉도와 시도 등 옹진군 주민들은 항공기 소음에 아우성이다. 하지만 공사는 지역상생에 귀를 닫고 있다. 사회공헌 프로그램은 쥐꼬리다. 12년 연속 공항서비스 평가 세계 1위인 공기업 인천국제공항공사의 민낯을 들여다본다. <편집자 주>


1-600-1.jpg
▲ 오성산이 인천공항 2단계 건설용 ‘토취장’으로 쓰이느라 14년째 민둥산으로 방치되고 있다. 사진은 오성산 절토 전후(왼쪽) 달라진 모습. <사진=인천시 제공>

인천시 중구 덕교동 오성산은 14년째 ‘민둥산’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이하 공사)가 이곳을 공항 건설용 토취장으로 쓰고 난 흔적이다. 공사는 지금도 오성산 복구를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시는 최근까지 공사에 수차례 공문을 보내 오성산 공원 조성사업을 촉구했다. 하지만 공사 측은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들이밀며 공원 조성을 기약 없이 미루고 있다.

 28일 시에 따르면 공사는 2003년 9월 ‘수도권신공항건설촉진법’ 등에 따라 항공기 이착륙 장애구릉 제거와 토취장을 목적으로 전체 240만㎡ 규모의 오성산 중 83만8천㎡ 절취 허가를 받았다.

 허가 조건은 점용기간이 끝난 뒤 3년 안에 공사 측 비용 부담으로 ‘공원 조성 및 산림 복구’였다. 공사는 2006년 12월까지 인천공항 2단계 건설에 필요한 골재 등을 오성산에서 가져다가 썼다. 장애구릉 제거 등으로 민둥산이 된 오성산은 기존 172m에서 48~52m로 깎였다.

 이곳의 복구사업은 2014년 8월부터 본격 추진됐다. 이듬해 9월 시는 도시공원위원회를 열었다. 2016년부터 2023년까지 잘려 나간 오성산에 총 870억 원을 들여 민간(공사) 공원을 조성한다는 계획을 결정해 조건부로 통과시켰다. 이때 공사비 전액을 충당해야 했던 공사 측은 절토된 지형을 이용해 캠핑장과 암석체험장 등 수익성 시설을 도입하자는 의견을 시에 전달했다. 그러면서 시가 추산한 ‘870억 원’의 복구 비용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시는 오성공원 조성사업이 지지부진하자 지난해 4월과 6월 두 차례에 걸쳐 공사 측에 공문을 보내 사업을 재촉했다. 오성공원 결정고시가 난 1년 뒤였다. 그러나 공사 측으로부터 회신은 없다. 공사는 오히려 지난해 10월 오성공원 예비타당성 조사 용역을 한국개발연구원(KDI)에 의뢰했다. 500억 원 이상의 비용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기재부의 방침에 따라 예비타당성 조사를 거쳐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조성 비용을 적게 들이고 시간을 벌려는 공사 측의 꼼수였다.

 시는 즉각 반발했다. 오성산 공원 조성은 예비타당성 조사를 거쳐야 하는 공공기관 사업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공사 측이 2015년 8월 31일 제안한 민간제안사업이라는 설명이다. 따라서 예비타당성과 관계없이 공사 측의 비용과 책임으로 오성산 공원을 조성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오성산은 영종 지역의 ‘주산(主山)’이었다. 인근 주민들은 잘려 나간 오성산 탓에 지하수 고갈과 날림먼지에 시달리고 있다. 공사의 이윤 극대화에 치우친 기업 이기주의에 시민들이 고통받고 있는 셈이다.

 인천시의회 김정헌 의원은 "공사가 오성산을 절토해 건설한 인천공항에서 수천억 원의 수익을 올리며 공원 조성사업에 늑장을 부리는 것은 잘못된 처사다"라며 "최근 예비타당성 조사 용역을 연장한 것부터 비용을 절감하려는 꼼수를 부린다면 절대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승훈 기자 hun@kihoilbo.co.kr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키워드

#오성산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