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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석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대선 주자들이 조기 개헌에 동의하고 19대 대통령선거에 임했고, 문재인 대통령도 5·18기념행사에서 내년 지방선거 때 국민투표 실시를 목표로 하는 개헌 의지를 밝혔는데, 이는 반가운 일이다. 필자가 일찍이 ‘개헌,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칼럼에서 주장했듯 바람직한 정치는 인치가 아닌 제도를 통한 문제 해결이고 또 개혁이 요구되는 작금의 현실에서 제도화는 개혁의 완성인데, 개헌은 제도화의 백미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번에 꼭 해야 할 개헌에선 무엇을 핵심으로 다뤄야 할 것인가? 많은 전문가와 식자층에서 개정헌법에 반영할 문제로 인권향상 문제, 통일 조국의 미래상, 권력구조의 개편, 지방분권화 등등을 지적하고 있는데, 좋겠다는 것을 모두 넣자면 끝이 없을 것이다. 필자는 그 중 새로운 권력구조의 채택 문제가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현행 우리 정부형태는 의원내각제 요소가 가미돼 있지만 대통령제로, 대통령제가 갖는 주요 특징을 그대로 다 가지고 있다. 대통령제의 주요 특징은 입법부-행정부-사법부의 권력분립과 견제와 균형원리의 실현, 국민의 대통령과 국회의원 직접선출,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법에 의한 임기보장, 국가수반과 정부수반의 일치, 승자 독식주의 등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 때문에 대통령제는 주어진 임기 동안 정치적 안정을 보장하는 제도로 장점을 발휘할 수 있지만 문제점 또한 없지 않다. 한국의 현행 대통령제 또한 대통령제 제도 자체에서 비롯하는 문제점을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연관된 기타 정치제도와 한국의 정치문화로 더 큰 문제점을 갖고 있다. 이제 장래의 정치권력구조를 새롭게 모색해 볼 필요가 있다.

 대통령제에는 그 제도 자체에서 비롯되는 문제점이 있는데, 그 가운데 이원적 정통성과 승자독식주의의 문제점은 가장 두드러진 것이다. 우리 대통령제 또한 대통령과 국회의원을 국민이 직접선거로 선출함으로써 대통령과 국회가 모두 정통성을 갖도록 하고 있다. 이 제도는 대통령과 국회가 상호 견제할 수 있는 힘의 원천이 되어 권력의 집중을 방지하는데 유용하지만, 이 제도에서 대통령과 국회 사이에 갈등이 있을 때(특히 여소야대의 국회에서)는 양측간 교착 상태가 지속돼 갈등을 해결할 방법이 없다. 우리의 경우 정당의 공천제도, 선거제도, 그리고 국회에서 정당의 당론 투표 등 한국 특유의 정치제도와 관행으로 말미암아 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는 정당은 보유하고 있는 의석 이상의 힘을 발휘하는 정치구조가 실재한다. 그리하여 불행히도 제6공화국에서 역대 정권 모두 말기마다 야당은 여당과 국회에서 힘겨루기를 하며 국정교착상태를 불러왔었다. 탄핵정국과 19대 대통령보궐선거로 잠시 잊혀졌지만, 이젠 정권 말기마다 국회와 정부 사이에 발생하는 국정 교착상태를 방지하는 장치의 마련이 꼭 필요하다.

 대통령제는 선거에서 승리한 후보가 대통령이 되어 집행부를 구성하고 주어진 임기 동안 집권하도록 함으로써 공직임명에서 승자독식주의를 보장하고 대통령이 다른 기관보다 우월한 권력을 갖게 만든다. 이 제도는 정당 간 정권교체의 가능성이 높고 권력의 분산이 잘 이뤄진 사회에서는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 제도는 중앙 정치권력의 견제와 균형 그리고 지방분권화가 미약한 때 한국에서 절대적 대통령제를 불러왔으며, 현행 대통령제 아래서도 대통령의 절대적 권력은 큰 문제라고 인식되어 개혁 대상으로 계속 지목돼 왔다. 이 때문에 대통령 권한의 분산은 불가피하다.

 필자는 국민의 직선제 선호, 한국사회의 다원화, 한국 특유의 정당 관행과 선거제를 고려하면 순수대통령제나 내각책임제보다 이원집정부제가 우리 정치문화에 적합성을 갖는다고 본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채택하려는 권력 구조를 지방분권의 강화와 미국식 대통령제로의 회귀 정도를 고려하는 듯하나, 현행 대통령제가 가진 문제점을 직시하고 한국정치문화에 정합성을 갖는 정치권력 구조를 채택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요즈음 시대적 과제 중 하나로 적폐청산이 운위되고 있다. 적폐 즉 누적된 폐단의 청산은 청산 그 자체만으로 끝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폐단의 발생 소지를 제거하는 제도를 마련함으로써 완성된다. 헌법의 개정은 제도화의 정점이다. 이 때문에 국민 또한 2018년의 개헌에 끊임없이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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