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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채훈 삼국지리더십연구소장
서울특별시장 이명박은 2006년 야심찬 계획을 하나 발표했다. 한반도 대운하 구상이다. 남한에 2천99㎞, 북한에 1천35㎞의 물길을 이어 한반도 전역에 3천134㎞에 이르는 대운하를 건설하겠다는 것이었다. 한강과 낙동강을 잇는 553㎞의 경부운하를 시발로 하는 이 구상은 17대 대선에서 단연 핫이슈였다. 광고의 내용을 보면 그럴만했다.

  한반도 동서남북에 3천㎞ 운하를 건설해 분열된 국론을 모으는 구심점 역할을 하고…… 하천 정비로 환경이 좋아지며…… 홍수 대비는 물론 가뭄 해소에도 도움을 줄 것이다…… 건설비용 15조 원은 민자 유치를 통해 국민의 부담이 거의 없도록 하고…… 골재 판매로 공사비의 60%를 충당할 것이다…… 파급 효과로 30만 개의 일자리가 생기고 화물 운송비가 1/3로 줄어들며…… 수질이 개선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시켜 국토 균형 발전에 기여할 것이다.

 결국 17대 대선에서 이명박은 압도적 승리를 거두었고 대운하사업은 탄력을 받았다. 대통령 인수위원회에서 ‘글로벌 코리아’ 기반 조성 핵심 과제로 한반도 대운하사업을 선정했고 각계에서 비판이 일어났는데 국토해양부 장관은 이에 대해 정면 돌파하겠다고 공개적으로 호언했다. 대운하 건설. 당시 비판하는 사람들 가운데 계획의 무모함, 환경 파괴의 위험 등등을 지적하면서 중국의 예를 들어 반대하기도 했고, 그 의미를 보다 길게 보아야 한다는 신중론도 있었다.

 중국의 예는 아무래도 남북 대운하를 건설한 수나라 양제를 빗댄 것이었다. 중국 역사상 국정을 최악으로 파탄시킨 두 명의 군주를 꼽으라면 만리장성을 쌓은 진시황과 대운하를 개척한 수양제가 이름을 올리기 마련인데 이들 둘은 엄청난 토목공사로 나라를 망치기도 했으나 기개와 도량이 크다는 점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려니와 그들이 남긴 만리장성과 대운하는 만고불멸의 대유산을 중국인에게 남겼다. 중국의 하천은 대부분 서쪽에서 동쪽으로 흐른다. 수양제는 이런 점을 감안하여 남북을 통하는 2천여㎞의 대운하를 건설해 물자 수송을 훨씬 수월하게 하면서 남북의 교류가 정치 경제적으로 막대한 이익을 가져오게 하려했던 것이다.

 오늘날 수양제가 500만 명의 백성을 동원해 무리하게 만든 옛 모습은 별로 찾을 길이 없다. 하지만 곳곳에 남아 있는 자취는 물자 수송이나 관광 유산에 한몫 단단히 하고 있다. 아마 이명박의 대운하를 구상할 때 수양제의 대운하를 떠올리며 긍정적 효과를 감안했을 가능성도 있겠으나 당시 운하의 반대파나 신중론자들도 생각하지 않았을 리가 없다. 그런데 2년 후 대통령 이명박은 대운하사업을 추진하지 않겠다면서 4대 강 정비 사업을 발표했다.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 등 4대 하천을 준설하고 보를 설치해 하천의 생태계를 복원하겠다는 내용으로 당시 집권당(오늘의 자유한국당 전신)은 국가 백년대계를 위한 대업의 출발이라고 극구 찬양했다.

 이에 대해 반대론이 비등했다. 사실상 이 무렵 4대 강은 대부분 정비가 마무리 된 상태였으며, 4대 강 정비 사업 자체가 무리한 발상이며 환경 파괴는 물론 홍수와 가뭄에 별로 효과가 없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봇물을 이루었던 것이다. 하지만 삽질이 시작됐고, 곳곳에 누가 봐도 댐 같은 보가 들어섰다. 겉으로 보기에 제대로 멋있게 정비가 될 듯이 보였다. 진실은 그게 아니었다. 맑은 물이 흐르도록 한다고 했던 강은 고인 물이 썩으면서 ‘녹조라떼’가 됐고, 지형이 바뀌면서 갖가지 문제가 발생했다. 골재를 팔아 공사비를 충당하기는커녕 유지비용으로 수천억 원이 들어갔고, 흉물로 변해 민원 발생의 온상이 됐다. 종합적으로 정리하면 완벽한 국토 농단이었다. 국가가 백년대계를 위해 투자해야 할 재정과 노력, 시간을 낭비한 것은 물론 제대로 돌려놓으려면 다시 얼마의 재정과 노력과 시간이 소요될지 참담한 결과가 우리 눈앞에 펼쳐져 있다. 정치는 항상 화사한 언어로 치장돼 우리의 눈을 현혹하고 판단력을 흐리는 일에 능숙한 솜씨를 발휘해 왔다. 그 대상은 대개 발전과 개발이라는 유혹에 넘어가기 쉬운 우리의 삶터였다. 4대 강 정책 감사가 전면적이고 치밀하게 이뤄져야 하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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