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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신경과 김영도 교수
2014년 미국에서 시작된 한 SNS 운동이 전 세계로 빠르게 확산됐다. 이 운동은 참가자가 세 명을 지목해 "24시간 안에 이 도전을 받아들여 얼음물을 뒤집어쓰든지 100달러를 ALS단체에 기부하라"고 말한 뒤 자신이 얼음물을 뒤집어쓰는 장면을 동영상으로 찍어 인터넷이나 SNS에 올리는 것으로, 당시 화제가 되며 사람들의 관심과 참여를 불러일으켰다. ‘아이스버킷 챌린지’로 불린 이 캠페인은 루게릭병이란 이름으로 더 많이 알려진 근위축성 측삭경화증(ALS) 환자들에 대한 관심과 기부금을 모으기 위한 운동이었다.

이 캠페인은 올해 ‘마네킹 챌린지’란 이름으로 또다시 SNS에서 이슈가 되고 있다. ‘마네킹 챌린지’란 서서히 근육이 마비돼 매일 마네킹처럼 지낼 수밖에 없는 근위축성 측삭경화증 환자들의 고통을 공감해 보고 이 병의 치료와 연구에 대한 대중의 관심과 기부를 독려하고자 시작된 캠페인이라고 한다. 근위축성 측삭경화증이란 어떤 병이기에 이런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는 것일까?

근위축성 측삭경화증(루게릭병)이란 운동신경원에 발생하는 질환이다. 이 질환은 뇌·뇌간·척수에 존재하는 운동 신경원이 퇴행하면서 나타난다. 뇌의 신경이 파괴되는 것이다. 또한 전신에 분포한 수의근(의식적으로 움직임을 조절할 수 있는 근육)을 담당하는 신경세포까지 영향을 미친다. 이로 인해 운동신경의 자극을 받지 못한 근육들이 쇠약해지고 자발적인 움직임을 조절하는 능력을 상실하게 된다.

1930년 미국의 유명한 야구선수 루게릭(Lou Gehrig)이 이 질환을 앓게 되면서 루게릭병이라고 불리게 됐다. ‘철의 사나이’라고 불리던 전설적인 운동선수도 루게릭병의 마수는 피해 갈 수 없었다. 루게릭은 근육의 마비로 인해 음식을 삼키지도, 말하지도 못하게 됐고, 더 이상 걸을 수도 없게 됐다.

루게릭병은 발병 후 꾸준한 속도로 진행, 3~4년이 지나면 호흡기에 의존하는 상태가 되거나 사망에 이르게 되는 무서운 질환이다. 하지만 일부 환자는 10년 이상 살기도 하는데, 그 중 한 명이 바로 세계적인 천체물리학자인 스티븐 호킹(Steven Hawking)박사다.

루게릭병은 매년 10만 명당 1명꼴로 발병한다. 2014년 통계에 따르면 국내에서도 2천500여 명의 환자가 루게릭병으로 투병 중이다. 루게릭병은 왜 발생할까? 안타깝게도 발병 원인은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루게릭병을 자기공명영상이나 혈액검사로 진단할 수는 없다. 기본적으로 환자의 증상과 함께 경험 많은 의료진에 의한 신체검사를 통해 진단해야 한다. 또한 증상이 비슷하지만 치료가 가능한 다른 질환과의 감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중요하게 평가하는 항목으로 얼굴이나 혀, 팔과 다리의 근육 위축과 함께 근력이 저하됐는지, 그리고 근육의 위축에도 불구하고 팔다리의 강직이나 건반사가 증가되지 않았는지 등을 평가한다. 또한 동반 증상으로 울음이나 웃음을 참지 못하고 쉽게 터지는 경우가 있는데 진단적으로 중요한 소견이다.

루게릭병의 치료를 위해 발병 원리 및 경과 등에 맞춰 여러 가지 약물이 개발 중이지만 아직 확실하게 효과가 입증된 약제는 없다. 다만 루게릭병의 진행을 지연시키는 약제로 해외에서 인정받은 치료제 ‘리루졸’이 있다. 현재 유일하게 사용을 인정받은 약물인 리루졸은 운동신경세포를 파괴하는 원인의 하나로 여겨지는 과도한 글루타민산을 억제시키는 약이다.

<도움말=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신경과 김영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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