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얘기를 접했을 때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소유권과 저작권을 구분하지 못한 무지 탓이기도 했지만 아무렴 관에서 특정 작가의 작품을 이전하면서 막무가내식으로야 했겠냐는 판단에서다. 작가가 단순히 작품 이전을 이유로 관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면 다소 심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었다. 한데 이전한 작품과 원작을 비교하면서 작가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말이 좋아 이전이지 원작을 아무렇게나 분리해 뒤죽박죽 조합한 수준이었다. 작가 입장에서는 심한 모욕감을 느끼기에 충분했을 법하다.

 용인시가 2005년 용인시 문화복지행정타운을 개청하면서 현상 공모를 통해 제작·설치한 미술작품 ‘아름다운 미래’ 얘기다. 관 입장에서는 이 표현에 동의하지 않겠지만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고가의 미술작품을 천덕꾸러기 취급했다가 소송을 당한 것이다.

 시는 2015년 5월 용인시청사를 시민들에게 돌려주겠다는 명분으로 하늘광장에 설치돼 있던 30여t에 이르는 해당 작품을 이전하면서 작가와 한마디 상의도 하지 않았다. 시청사 구조와 해당 작품의 무게를 감안할 때 한번에 들어 고스란히 옮길 수 없는 상황인데도 경기도 건축물 미술작품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쳤다는 이유로 작가는 안중에도 없었다. 당연히 원작의 훼손은 불보듯 뻔한 일이었다. 작품 하단부 석재 구성과 기울기, 외곽선이 심하게 변형된데다 무리한 이동으로 유격까지 발생했다. 더욱 가관인 것은 유격이 생기자 너트를 이용해 용접까지 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해당 작품은 문화복지행정타운 건축물과의 미적 조화도 고려해 제작·설치했지만 현재 이전한 장소는 행정타운 테두리에 포함될 뿐 사실상 한쪽 귀퉁이다.

동일성유지권이란 저작자가 자신의 저작물이 본래의 모습대로 활용되도록 할 권리로서, 저작물의 변경이나 삭제는 반드시 저작자 본인이 하거나 저작자의 허락을 받아야 함을 의미한다. 재판 결과야 예단할 수 없지만 차제에 동일성유지권을 침해한 사례가 더 없는지 살펴보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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