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오랜만에 수원에 있는 광교산 형제봉을 올랐다. 그동안 시간을 내기도 어려웠지만, 등산에 대해 별로 관심을 갖지 않았고, 매스컴을 통해 우리나라 유명산들이 등산객들로 병들고 있다는 보도를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있었다. 우리나라의 등산인구는 약 1천800만 명으로 추산된다고 하고, 한국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취미활동 1위가 등산이라고 한다. 개인의 취향과 형편에 따라 자신을 위해 운동을 하는데 그 중에서도 등산을 많이 선택하는 것 같다. 등산의 역사를 보면 알프스에서 시작됐다. 1786년은 알프스산맥에서 제일 높은 몽블랑(4천807m)에 사람이 처음 오른 해이다. 이때는 ‘등산’이라는 말도 없었고, 산에 오르는 것을 ‘스포츠’라고 여긴 사람도 없었다. 산이란 나무를 얻고 사냥을 하는 곳이지, 얻는 것 없이 목숨을 걸고 오를 까닭이 전혀 없는 곳이었다.

알프스 기슭의 가난한 마을 샤모니에 사는 파카르와 자크 발마라는 사나이가 몽블랑에 오를 야심을 키우고 1786년 8월 7일 오후 3시에 몽블랑으로 향했고, 몽블랑 꼭대기에 올라선 때는 1786년 8월 8일 오후 6시 32분, 14시간 40분이 지나서였다고 한다. 조지 말로리라는 사람은 산에 왜 가느냐는 물음에 ‘산이 거기 있으니까’라고 대답했다고 하지만, 파카르와 발마야말로 미지의 세계를 스포츠의 대상으로 개척한 선구자요 모험가였다. 건강을 위해, 사교를 위해 산으로 향하는 우리는 관광버스에 실려 데크와 계단으로 잘 정비된 탐방로를 줄지어 오르다 정상에 서는 산행을 한다.

젊은 사람들은 산이 힘들다고 생각해서 산에 가는 걸 좋아하지 않는데, 중장년층은 산에 가지 말라고 해도 간다. 그 이유가 뭘까? 산에서 느끼는 감동을 아는 것이다. 또 요즘은 ‘등산인 듯 등산 아닌’ 개념으로 트레킹이라는 말이 넘쳐난다. 등산은 산 정상을 찍고 내려오는 행위라면 트레킹은 꼭 등정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앞으로 등산이라는 개념에서 점점 트레킹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등산전문가는 얘기한다. 자연으로 회귀하고자 하는 인간 본성으로 등산인구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오랜만에 광교산을 등산하면서 얻은 결론은 ‘참 좋다’ 였다. 등산은 ‘도전’이라고 했던가? 트레킹은 ‘모험’ 두 가지 모두 그 과정에서 찾는 즐거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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