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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이우평 인천섬유산연구회원, 인천해송고 교사
무의도는 중구 잠진도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15분가량 걸리는 가까운 거리지만, 육지에서 배를 타야만 갈 수 있는 몇 안 되는 섬이다.

 지금 연육교가 건설되고 있어 머지않아 배편도 사라질 운명에 처했다. 무의도가 유명세를 타게 된 것은 영화 ‘천국의 계단’과 ‘실미도’의 촬영지로 알려지면서부터이다. 그리고 호랑이와 용이 싸움을 벌인 곳이라는 전설이 내려오는 ‘호룡곡(虎龍谷)산(244m)’이 자리 잡고 있어 바다를 조망하며 등산을 하려는 탐방객들로 일 년 내내 찾는 사람이 많다.

 무의도는 부근에 실미도(實尾島)·소무의도·해녀도·해리도(海里島)·상엽도(桑葉島) 등 부속도서가 산재해 주민들은 본래 ‘큰 무리섬’이라고 불렀다 하며, 주민들은 지금도 큰무리섬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한편 섬의 형태가 바깥에서 보면 장수가 관복을 입고 혹은 여인이 춤추는 모습 같기도 하다는 뜻에서 ‘무의도(舞衣島)’라고 했다고 하는데, 이는 무리(떼)를 한자로 옮겨 적으면서 ‘춤출 무’자로 해석한 것으로 보인다.

 함께 있는 섬 중 큰 섬을 ‘대무의도’, 작은 섬을 ‘소무의도(小舞衣島)’라고 한다. 인접한 소무위도는 과거에 배를 타야했지만, 지난 2012년 구름다리가 놓이면서 걸어 오갈 수 있게 됐으며, 실미도는 썰물 때 물이 빠지면 모래톱이 모습을 드러내 쉽게 건너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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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의도 하나개해수욕장 암석노두.
무의도 서쪽 해변에는 붉은 색 계열의 고운 모래가 만들어낸 드넓은 ‘하나개해수욕장’이 펼쳐져 여름철 피서객으로 붐빈다. 최근 다양한 레저시설이 갖춰지면서 찾는 이들이 크게 늘어났다.

 하나개해수욕장 주변 해안에는 붉은색 계열의 암석들이 곳곳에 시원스럽게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데, 붉은색 모래사장과 암석이 강렬한 햇볕을 받아 만들어내는 풍광이 신비스럽기까지 하다.

 그렇다면 붉은 색 계열의 모래와 암석들은 어떻게 만들어진 걸까? 이는 무의도의 주를 이루는 지질인 화강암에서 기인한다. 화강암은 지하 깊은 곳에서 마그마가 지표로 분출하지 못하고 지하 약 10~14㎞의 깊이에서 냉각·고화돼 형성된 화성암이다. 화강암은 주로 운모와 장석 그리고 석영으로 이뤄져 있는데, 이 가운데 장석 성분이 많으면 붉은색 계열을 띤다.

▲ 썰물 때 드러난 모래톱을 통해 실미도를 오가는 사람들.
무의도의 화강암은 정장석 화강암으로 중생대 백악기 약 1억 년을 전후해 관입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인접한 가까운 강화도 마니산의 화강암은 이곳보다 조금 앞선 약 1억4천만 년 전에 관입한 화강암으로 붉은색 계열이 아닌 백색 계열을 띠고 있다. 이는 백색 계열의 운모 성분이 주를 이루기 때문이다.

무의도 호룡곡산을 포함한 소무의도 등 대부분분이 정장석 화강암으로 이뤄져 있어 대부분의 암석이 붉은색을 띠고 있는 것이다. 정장석 화강암은 화강암 가운데 석질이 좋고 문양이 아름다워 가격이 높게 거래되고 있다.

바로 앞에 위치한 실미도는 북파공작원의 비애를 담은 ‘영화 실미도’의 촬영지로 널리 알려진 곳이다. 이곳은 썰물 때 물이 빠지면 모래톱으로 오갈 수 있어 ‘모세의 기적’을 관찰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 국사봉에서 바라본 하나개해수욕장 원경.
실미도로 들어가는 길은 간조 전후 2~3시간 정도만 노출돼 들어갈 수 있으므로 방문하기 전에 간조시간을 미리 확인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실미도에 들어갈 수 없거나 들어가더라도 물이 차올라 무의도로 나올 수 없는 황당한 일을 겪을 수 있다.

이곳 실미도에 가면 사람의 손을 타지 않은 자연이 만들어낸 천혜의 화강암 조각공원을 만날 수 있다. 인천에 이렇게 많은 천연의 화강암을 볼 수 있는 곳은 이곳 ‘실미도’가 유일하다. 이 풍광을 보고자 한다면 무의도와 마주한 동쪽해안이 아닌 반대편 서쪽해안으로 가야 한다. 물이 빠질 때 모래톱을 건너 숲길을 가로질러 가면 실미도 영화촬영지가 나온다. 지금은 영화세트시설을 철거해 썰렁하게 공터가 남아 있지만, 이곳이 바로 과거 북파공작원들이 실제로 훈련을 받았던 곳이다.

▲ 실미도 북서해안 노두
이곳에서 붉은색 계열의 암석들이 즐비한 북동쪽 해안으로 올라서면 해풍과 파랑이 깎아놓은 기기묘묘한 화강암들이 해안을 가득 채우고 있다. 어떻게 이렇게 많은 바위들이 만들어진 걸까?

중생대에 지하 깊은 곳에 관입한 화강암이 두터운 지표물질의 하중에 눌려 있다고 오랜 침식으로 지표물질이 삭박돼 사라지면 화강암덩어리들은 부피가 팽창하게 된다. 마치 용수철을 손으로 누르고 있다가 손을 떼면 용수철이 튀어 오르는 것과 같은 논리이다. 이때 화강암은 압력이 사라지자 부피가 팽창하면서 많은 절리, 즉 암반에 수직 및 수평으로 금이 간다. 이후 금이 간 틈 사이로 물이 침투해 서서히 절리를 따라 침식과 풍화가 진행되면서 암반은 조금씩 모양새를 달리하며 떨어져 나간다. 이렇게 지표에 모습을 드러낸 화강암덩어리들이 이후 지속적으로 해풍과 파랑에 의해 침식을 받아 깎여나가면서 지금의 다양한 암석 군락을 형성하게 된 것이다.

이 가운데는 바닷물의 소금에 의한 염풍화를 받아 마치 벌레가 파먹은 것과 같은 다원형의 타포니(풍화혈)이 만들어진 것도 군데군데 볼 수 있다.

▲ 실미도 해식동굴
실미도 서쪽 해변에 발달한 화강암 군락은 그리 알려져 있지 않아 찾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인천 아주 가까운 곳 무의도 앞바다에 천혜의 비경을 간직한 자연의 보고가 그야말로 제대로 알려지지 않아 잠자고 있는 것이다.

 또 무의도에는 호룡곡산에서 국사봉으로 이어지는 등산로가 잘 마련돼 있을 뿐 아니라 등산로에서 바라본 풍경이 아름다워 일명 ‘서해의 알프스’라고들 한다.

 비경을 둘러볼 수 있도록 안내판과 이동 테크를 마련하는 등 홍보와 시설물 설치 등을 통해 이런 훌륭한 자연유산의 효율적인 관광화 방안이 조속히 마련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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