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은 고이면 썩는다' 안방에서 열리고 있는 2002부산아시안게임에서 한국양궁이 연일 침몰하고 있는 것은 정상을 지키기가 결코 쉽지 않다는 점을 새삼 확인시켜 주고 있다.
 
정상에서 끌어내리려는 경쟁자들의 노력은 쉴틈없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잠시만 게으름을 피워도 정상에서 밀려나는 게 승부세계의 당연한 이치다.
 
지난해부터 경쟁국들의 거센 도전에 조금씩 무너지기 시작한 한국양궁의 철옹성은 이번 부산아시안게임을 통해 붕괴 직전까지 내몰렸다는 위기감에 휩싸여있다.
 
8일 열린 여자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빼앗긴 채 은, 동메달만 딴 데 이어 9일 남자 개인전에서는 아예 결승무대를 밟아보지도 못하는 충격적인 패배를 당했다.
 
아직 남녀단체전이 남아 있어 4개의 금메달중 2개를 차지할 수도 있다며 양궁인들은 위안하고 있지만 이미 2개의 금메달을 놓친 것만으로 한국양궁의 자존심은 크게 구겨졌다.
 
한국양궁이 아시안게임에서 남녀 개인전에 걸린 금메달을 모두 놓친 것은 82년 뉴델리아시안게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올림픽에서의 금메달보다 국내선발전이 더 어렵다'는 말이 유행했을 정도로 확고하게 세계정상을 지켰던 한국양궁의 침몰은 `새로운 준비'를 재촉하고 있다.
 
매년 똑 같이 되풀이되는 대한양궁협회의 사업에 이제 변화가 있어야 한다.
 
한국을 타깃으로 정하고 끊임없이 기량을 연마하는 라이벌 국가들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방식으로 협회 행정이 바뀌어야 한다.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투자도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국가대표팀 코칭스태프의 임기조차 보장되지 않고 있는 현실은 협회행정이 얼마나 엉성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언제 해고될 지 모르는 지도자들이 눈앞에 다가 온 대회에서 성적을 올리는 데만 급급할 뿐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지도를 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또한 경쟁국의 주요선수들에 대한 정보를 수집해 이들의 장단점을 철저히 파악해 한국선수들에 접목하는 노력도 동반돼야 한다.
 
한국양궁은 약 20년동안 세계 정상을 지켜 왔다.
 
그러나 다람쥐 쳇바퀴 돌 듯하는 구태의연한 행정이 여전히 되풀이되고 장기적인 안목에서의 투자가 없는 한 2류국으로의 추락도 멀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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