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후 2시 인천시 부평구 부평동 B초등학교 앞. 이 학교 3학년 구모(10)·김모(10)군 등 5명은 자기 몸보다 큰 가방을 맨 채 I문구점앞에 쪼그리고 앉아 환호성과 소리를 지르며 뭔가에 열중하고 있었다.
 
구군 등의 귀갓길을 잡은 것은 다름아닌 `킹오브'의 격투기 미니오락기. 구군이 오락을 하는 동안 옆자리에 앉아 훈수를 두는 김군의 말속에 게임에 대한 상당한 노하우와 오락에 대한 익숙함이 엿보였다.
 
I문구점 이외에도 바로 옆 문구점과 분식점 등에 설치된 8대의 게임기에도 학생들이 이미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며 한켠에는 초등학교 1학년 꼬마들도 모여 앉아 있어 오락에 열중하고 있었다.
 
하루에 6번 이상은 게임을 해야 한다는 구군은 “집에 가봐야 엄마도 없고 컴퓨터도 자판으로 해야하기 때문에 재미없지만 킹오브는 정말 죽인다”며 나름대로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 했다.
 
비슷한 시각 부평구 청천동 C초교, 동구 S초교 등 인천시내 188개 초등학교 앞에는 거의 대부분 오락기가 설치돼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처럼 학생들이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가지 않고 오락에 심취해 있는 것은 아이들의 단돈 몇 백원의 주머닛돈을 벌려는 어른들의 상술 때문.
 
특히 아이들의 정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격투기, 죽이기 등 대부분의 게임이 폭력성향을 띠고 있어 아이들의 폭력성을 조장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업주들의 상술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애인 생기는 부적', `행운을 부르는 부적', `공부잘하는 부적' 등을 만들어 각 500원씩에 초등학교 학생들에게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부모 전모(37·여)씨는 “우리 애도 가끔 오락을 하고 있지만 폭력성이 너무 짙어 요즘엔 못하게 하고 있다”며 “아무리 돈을 벌려고 해도 그렇지, 아이들 돈이 얼마나 된다고 그런 오락기를 설치해 놓고 있는지 너무하다는 생각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문제는 이같은 게임기에 대한 단속이 거의 불가능한 실정이라는 것.
 
음반비디오물 및 게임물에 관한 법률 제 2조 3항에는 `게임물이라함은 컴퓨터프로그램 등 정보처리기술이나 기계 장치를 이용해 오락을 할 수 있게 하거나 여가선용, 학습 및 운동효과 등을 높일 수 있도록 제작된 영상물 및 기기를 말한다'고 표기돼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관할 구에서는 문구점이 자유업인 데다 게임기만 전문으로 설치, 관리하고 있는 업주가 따로 있고 결정적으로 음비법에 초등학교 앞 오락기는 자판기로 간주돼 있다보니 속수무책이라는 답변 뿐이다.

이와 관련, 시 교육청 관계자는 “각 학교 담임들에게 지도감독을 강화할 것을 지시하는 등 나름대로 강구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힘들다”며 “관할 경찰과 구청에서 조치를 취해주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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