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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학민 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 맞춤형암치유병원 교수
유방암에 대한 고가의 표적항암제인 ‘퍼제타’가 2013년 5월 31일 국내 시판 허가 후 4년 만인 2017년 6월 1일부터 건강보험 급여 적용을 받게 됐다. 퍼제타를 사용해야 하는 유방암 환자들에게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퍼제타는 ‘HER2 양성 유방암’의 표적치료제다. ‘HER2’는 암세포의 성장과 분화에 관여하는 유전자 단백질이다. 유방암의 약 25%에서 발견되며, 이들이 서로 결합하면 암세포의 성장과 전이를 촉진시키는 신호가 발생한다. 암세포에서 이 유전자가 발생하면 유방암의 진행이 빠르고 재발 및 전이가 잘 발생해 환자의 예후도 좋지 않다. 따라서 HER2 양성 유방암 환자들은 HER2 단백질의 결합을 막아 주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억제해 암세포만을 표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것이 ‘허셉틴’이다.

 허셉틴이 사용된 이후 지금까지 많은 유방암 환자들에서 전이나 재발이 줄고 생존기간이 연장되는 효과가 있었다. 그러나 약 30%의 환자에서는 이에 대한 내성이 생겨 암이 재발하거나 전이가 발생한다. 이는 HER2 단백질이 암세포의 성장과 전이를 촉진시키는 또 다른 단백질인 HER3와 결합하기 때문이다. 이 둘의 결합을 막아 주는 것이 최근 건강보험이 적용된 퍼제타다.

 퍼제타는 이 둘의 결합을 차단해 허셉틴과 병용할 경우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실제로 대규모 임상연구 결과를 보면 표적항암제를 병용해 투여한 환자들의 생존기간이 그렇지 않은 환자들에 비해 15.7개월 연장됐다. 또한 암의 진행이나 사망 위험도를 32% 감소시키는 효과를 보이기도 했다.

 또한 퍼제타는 HER2 양성 유방암 환자의 수술 전 항암요법으로도 사용된다. 수술 전 항암치료를 받은 환자들에서 그 효과가 매우 좋아 암세포가 완전히 없어지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이는 수술을 해야 할 환자가 수술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이렇게 미리 퍼제타를 통해 항암치료를 받은 환자들은 그렇지 않은 환자에 비해 높은 생존율을 보인다.

 퍼제타가 건강보험이 적용됨에 따라 HER2 양성의 전이성 유방암 환자들은 약값의 5%만 부담하게 됐다. 즉 1주기당 투약 비용인 약 500만 원 중 25만 원만 본인이 부담하면 되는 것이다. 또한 수술 전 퍼제타를 통해 항암화학요법을 시행받은 환자는 기존에 퍼제타를 포함한 모든 약제가 비급여로 100% 비용을 본인이 부담해야 했다. 그러나 이제는 병용요법제제 중 퍼제타만 본인이 부담하고 나머지는 보험급여를 적용받아 본인부담금이 절반으로 줄었다.

 현실적으로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기 전까지만 해도 국내에서 퍼제타를 사용할 경우 많게는 1억 원에 가까운 비용이 들어 현실적으로 대부분의 환자들이 좋은 약을 목전에 두고 사용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의사들도 환자들에게 권하지 않는 경우도 많아 퍼제타를 아예 모르는 환자도 있었다. 이제 많은 유방암 환자들이 혜택을 받아 유방암 생존율도 높아지길 기대해 본다.

 <도움말=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 맞춤형암치유병원 이학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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