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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원 중소기업중앙회 인천지역본부장
문재인 대통령 취임 후 첫 업무지시가 ‘일자리 위원회’ 설치였다고 한다. 대통령이 위원장을 맡고 집무실에 일자리 상황판까지 설치해 일자리 문제를 직접 챙기겠는 것이다. 또 첫 행보인 인천공항공사 방문에서도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과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강조해 새로운 정부가 출범했다는 것을 실감케 했다.

 일자리 정책의 성패 여부는 기본적으로 중소기업에게 달려 있다. 중소기업의 활성화가 곧 건전한 일자리 창출로 연결되고 청년들의 중소기업 취업으로 이어져 국민경제를 튼튼하게 한다는 것은 이미 다 알고 있지만 그 중요성을 감안해서 다시 한 번 짚고자 한다.

 우리나라의 중소기업 종사자는 1천403만 명으로 전체 종사자의 약 88%를 차지한다. 중소기업 종사자가 지난 5년간 228만 명이 증가해 전체 증가 인원의 88.8%를 차지한 반면에 대기업은 이 기간 29만 명이 증가해 창출된 일자리의 11%에 불과하다. 중소기업이 실질적으로 일자리 창출을 주도했다는 것을 실증적으로 나타내고 있는 수치이다. 이것이 일자리정책의 첫 출발은 중소기업 육성이며, 대기업 위주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는 것부터 시작해야 하는 이유이다. ‘공정한 경쟁 환경하에서 창업이 활성화되고 부단한 혁신경영을 통해 원활한 기업 성장이 이뤄지면서 대·중소기업 간 균형발전으로 자연스럽게 일자리가 창출되는 경제구조가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 중소기업에 대한 인식개선 또한 시급한 과제이다.

중소기업중앙회의 대국민 인식도 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은 54.6점, 대기업은 72.8점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임금격차라는 현실적인 문제도 있다. 중소기업의 월 평균임금은 294만 원으로 대기업 근로자 485만 원의 60% 수준이며 이마저도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대기업의 영업이익은 늘어나고 곳간이 채워져도 중소기업에 납품단가 후려치기는 계속되고 있다. 따라서 조속한 시일 내에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이익공유제를 도입하고 중소기업과 근로자 간에는 성과공유제를 활성화해 경제성장의 이익이 국민 모두에게 고루 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중소기업 취업 근로자에 대한 획기적인 지원도 필요하다. 대기업 정규직의 평균 근속기간은 10년 2개월인 데 비해 중소기업은 4년 4개월에 불과하다. 장기 근속 재직자에 대한 인센티브 부여 등 통상적인 틀을 넘어선 정책이 필요하다. 중소기업 근로자의 노후 대비를 위해 국가가 고용보험 등을 통해 납입금을 일부 지원하는 ‘중소기업 근로자 퇴직공제 제도’ 도입은 중소기업 근로자의 장기근속을 유도하는 좋은 유인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양질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창업과 벤처기업을 활성화해야 한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조사한 결과, 창조경제를 모토로 삼았던 지난 정부의 중소기업 정책분야 중 가장 미흡(50.3%)한 분야가 아이러니하게도 ‘창조경제, 벤처 및 창업생태계 선순환’ 분야라고 한다.

 국내 창업벤처 환경은 선진국에 비해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크고 우수인재의 창업 도전도 부족하다. 각종 규제는 창업과 벤처의 성장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창업과 벤처의 활성화는 산업구조를 혁신하면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정책이다. 끝으로 중소기업협동조합의 활성화가 일자리 창출의 중요한 모멘텀이 될 수 있다. 중소기업협동조합은 중소기업 5인 이상이 출자하여 생산, 판매, 구매, 운송 등 각종 공동 사업을 영위하는 비영리조직이다. 대기업에 비해 약자인 중소기업들이 모여 힘을 키우고 공동의 이익을 도모함으로써 협상력을 높일 수 있고, 대·중소기업 간 공정한 경쟁 환경을 조성할 수 있는 토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협동조합을 활성화하고 조합 설립을 촉진하기 위해서 협동조합의 공동사업에 대해 공정거래법 적용을 예외로 인정하는 등 기존 정책의 틀을 과감히 변화시켜야 한다.

일자리 부족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역대 정권마다 중요한 정책과제로 선정해 심혈을 기울여 왔으나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것은 경제환경의 문제도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일자리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에 대한 처방이 틀렸기 때문이라고 본다. 문재인 정부는 ‘사람 중심의 일자리 창출과 공정한 시장경제 구축’을 내걸고 대통령이 직접 일자리 문제를 챙기겠다는 의지를 보임으로써 역대 정권의 일자리 정책과는 다르겠다는 기대를 국민들에게 심어 줬다. 그러나 공공 중심 일자리 확대와 일률적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기업인들이 우려하는 목소리가 없지는 않다. 일자리 문제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 경제 활성화, 저출산 문제, 대·중소기업 간 양극화 문제 등 경제·사회 등 구조적이고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가장 난이도가 어려운 문제이다.  이러한 어려운 함수 해결의 실타래를 중소기업 활성화로 풀어 나가기를 바라 본다.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중소기업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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