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 사찰의 주지 스님과 이야기를 나누던 한 노보살이 눈물을 글썽이며 말을 잇지 못한다. 노보살은 슬하에 큰딸과 작은 딸 그리고 막내로 아들, 삼남매를 잘 키워 자녀 모두가 남부럽지 않게 살고 있다고 자부하며 믿어 의심치 않는다.

 큰딸은 자신을 위해 불편한 몸을 이끌고 기도하는 어머니에게 늘 감사하다는 마음을 전한다고 말한다. 또 막내아들은 며느리가 아들을 대신해서 고마움을 표하는 것이 이쁘다고 말하는 노보살. 하지만 둘째 딸 이야기를 하면서 쉽게 말을 잇지 못하고 노보살은 눈물을 훔친다. 노보살은 자식을 편견 없이 똑같이 키웠는데 "내게 해 준 것이 뭐가 있냐"고 화를 내며 따지는 둘째 딸을 보면 서럽다고 이야기한다. 전생의 빚쟁이가 현생의 자식으로 태어난다는 말이 있듯이 자식들은 부모가 아무리 많이 줘도 부족하다며 불평불만을 터뜨린다. 부모는 그런 자식이 안타까워 무슨 수를 써서라도 더 해주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최근 들어 경제적인 이유로 부모를 폭행하거나 심지어 살해까지 하는 사건도 버젓이 일어난다. 물론 부모로서 자격이 없는 사람들이 있기는 하지만 절대 다수의 부모들에게 자식은 늘 상전이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이 있을까? 깨물어 보면 절대로 아프지 않은 손가락은 없다는 사실을 누구나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자식은 그런 부모 마음을 헤아리기란 쉽지 않다.

 이 세상 모든 자식들이여! 부모의 사랑은 하늘보다 높고 바다보다 더 깊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내가 부모를 사랑하면 그 크기만큼 내 자식들도 나를 사랑할 것이요. 반대로 미워하는 만큼 훗날 내 자식들도 나를 그렇게 대우할 것이다. 어떤 삶을 선택할 지는 각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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