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선·길에 관한 담론
김락기/월간문학출판부/8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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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조문학진흥회 명예이사장을 맡고 있는 산강(山堈) 김락기(金洛琦)시조시인의 일곱 번째 창작집이다. 「바다는 외로울 때 섬을 낳는다(2007)」, 「삼라만상(2008)」, 「독수리는 큰 나래를 쉬이 펴지 않는다(2010)」, 「고착의 자유이동(2012)」, 「수안보 속말(2016)」 등에 이어 지난 5월에 펴낸 「몸·선·길에 관한 담론」 역시 시조의 맛을 만끽하기에 모자람이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수화 한국문학비평가협회장은 ‘작품평설’에서 후한 점수를 줬다. 전통시의 율려(律呂·음악이나 음성의 가락) 정신(精神)을 제대로 구현해 현대시조 창작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는 평과 함께.

「몸·선·길에 관한 담론」에는 모두 94편 143수의 시조 작품들이 5장으로 나눠 수록돼 있다.

닭의 1년 출생 성장 과정을 열두 달 시조로 쓴 제1장 ‘시조 월령가’, 얼굴·귀·눈·입 등을 제목으로 삼은 제2장 ‘얼굴 해부’, 제3장 ‘몸에 대한 해부’, 제4장 ‘선에 관한 탐구’, 제5장 ‘길에 관한 편상’ 등으로 시조집이 구성된 점도 이채롭다. 선(線)이나 몸속 장기 등 시조의 소재로 잘 사용하지 않던 것들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김락기 시조시인은 각 소재에 대한 현상에다 인생사나 우주 원리를 엮어서 함께 표현한 작품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사실 최근에 시조를 읽어 본 사람들은 드물 것이라는 판단이다. 학창시절 빼곤 시조를 접해 본 적이 없는 독자들을 위해 흥미 있는 시조 몇 편을 골라 소개하는 이유다.

<곡선>

『부드러이 굽었으니 모나지는 않은 모습/ 심지어 직선까지 포함하는 의미라니/ 난해한 수리 안으로 황희정승 납신다// 안 되면 돌아가라 재충전이 필요하다/ 혹여나 좌고우면 역경으로 내몰릴 수/ 동정(動靜)을 잘 가려타면 물길처럼 유장해』

<염통(心臟)>

『임금의 자리에서 생명을 다루나니/ 가히 그 권위는 정신마저 아우르고/ 잠시도 쉬지를 않고 한 백 년은 다스린다// 그 오직 한 길만이 제 가야 할 몫이라고/ 평생을 하루같이 일을 하는 모습에서/ 저물녘 그림자 뒤로 숙연히도 배어들고』

은행이 멈추는 날
제임스 리카즈/더난출판사/1만8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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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이 멈추는 날(The Road to Ruin)」은 전 세계에 대규모 자산 동결이 곧 시작된다는 충격적인 예측을 담고 있는 책이다.

저자가 경고하는 다음 금융위기의 시나리오는 충격적이다. 금융위기를 알리는 징후를 금 공황, 회사채 부실, 중국 신용위기, 디플레이션, 지정학적 위험과 자연재해에 대한 위험 등 다섯 가지에서 찾고 있다.

복잡하고도 자세한 설명이 나오지만 간단하게 정리하면 2008년 세계적 금융위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각국 중앙은행이 저금리 정책과 원활한 자금 공급 흐름을 유지함으로써 인위적으로 시장을 떠받치고 있을 뿐, 빠르면 다음 위기는 2018년께 본격화될 거라는 예측이다.

또다시 위기가 닥치면 세계 금융 권력은 유동성을 공급해 얼어붙은 시장을 해빙하기보다 자산을 동결하고 금융 시스템을 봉쇄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 경우 달러 대신 국제통화기금이 발생하는 특별인출권이 세계 교역과 금융의 가치 척도가 될 확률이 높다고 설명하고 있다. 16일 출간 예정.

시험국민의 탄생  
이경숙/푸른역사/2만5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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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봐서는 교양서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역사서로 무방하다. 과거시험에서 수능등급제까지 국내에서 있었던 시험에 관한 거의 모든 것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신분 상승의 합법적 사다리’로 불리는 시험 제도를 치워 버리면 사회적 불평등은 더욱 가속화되고 영속화될 것이라는 주장과 시험을 끊어낼 때 더욱 타당하고도 공평한 사회에 이를 것이라는 제안, 즉 두 가지 시각이 사회에 엄연히 존재하고 있음을 먼저 인정한다.

 그 다음 우리들이 왜 시험에 집착하는지를 찾기 위해 나선다. 이에 역사적으로 어떻게 우리 사회가 시험을 치러 왔으며, 왜 시험이 아니면 안 된다고 생각했는지 살핀다.

 저자가 내린 결론은? 교육(기관)의 존재 이유는 더 많은 학습 기회의 제공과 성장이며, 이를 돕는 데 시험과 평가의 존재 이유가 있다고 보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김경일 기자 kik@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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