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랍에미리트 라스 알카이마 에미레이츠 클럽 경기장에서 8일(한국시간) 열린 한국과 이라크 축구 국가대표팀 평가전 결과 득점 없이 무승부로 끝나자 황희찬이 그라운드에 엎드려 아쉬워하고 있다. /연합뉴스
▲ 아랍에미리트 라스 알카이마 에미레이츠 클럽 경기장에서 8일(한국시간) 열린 한국과 이라크 축구 국가대표팀 평가전 결과 득점 없이 무승부로 끝나자 황희찬이 그라운드에 엎드려 아쉬워하고 있다. /연합뉴스

울리 슈틸리케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승부수를 띄웠다.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8차전 카타르전을 눈앞에 두고서다.

슈틸리케 감독은 8일 새벽(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에서 열린 이라크와 평가전에서 수비 라인에 3명을 두는 3-4-3 전술을 들고 나왔다. 스리백(3-back) 가동은 2015년 9월 그가 부임한 이후 처음이다. 그동안 30차례가 넘는 A매치에서 슈틸리게 감독은 포백(4-back)을 썼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4-2-3-1 이냐, 공격적인 4-1-4-1 이냐의 차이일 뿐이었다. 그러나 카타르와 일전을 앞두고 이날 스리백을 사용했다.

이란·우즈베키스탄전을 포함해 월드컵 최종예선이 마지막 3경기를 남겨 놓은 것을 고려하면 모험을 건 셈이다.

스리백 사용은 전술 다변화 차원이란 분석이다. 줄곧 포백을 써 온 탓에 카타르 등 다른 팀들에 전술이 읽힐 대로 읽혔다는 판단 때문이라는 것이다. 다른 팀들이 쉽게 포백에 대응할 수 있기 때문에 전술적 혼란을 주기 위해 스리백을 실험적으로 사용했다는 관측이다.

이날 슈틸리케 감독은 주장 기성용에게 중책을 맡겼다. 기성용을 스리백의 가운데에 두면서 미드필드가 아닌 맨 뒤에서 팀 전체 공수를 관장하도록 했다. 기본적으로 볼 점유율을 높이는 것은 물론 기성용의 킥력과 정확한 패스를 활용해 공격진과 미드필드진에게 볼을 배급하도록 했다. 그러면서 기성용도 순간적으로 공격 라인까지 올라가는 시프트를 썼다. 그가 올라가면 미드필드 좌우의 박주호와 김창수가 수비로 내려와서는 포백을 형성했다.

결과적으로 본다면 스리백은 큰 효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전반 대표팀은 실점은 하지 않았지만 스리백 실험은 성공적이라고 볼 수 없는 사실상의 실패작이었다. 기성용의 시프트 기회는 거의 없다시피했고, 그러다 보니 전체적으로 대표팀은 뒤로 처지는 형태가 됐다. 좌우 미드필드가 내려오면서 수비에 5명이 포진되기도 했다. 35℃가 넘는 찜통더위 탓도 있지만, 답답한 경기 양상도 띄었다. 처음 시도해 보는 전술 탓에 선수들의 플레이는 더욱 위축됐다.

슈틸리케 감독은 후반에는 스리백을 접고 포백으로 다시 돌아왔다. 이날 스리백이 카타르전을 대비한 ‘페이크’ 전술일지, 그렇지 않을지 여부는 슈틸리케 감독의 머릿속에만 있다. 승점 3점이라는 결과를 얻어가야 하는 대표팀이 실제 스리백을 들고 나온다면 남은 기간 더욱 준비가 필요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공격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을 꼭짓점으로 좌우 측면에 손흥민(토트넘), 이청용(크리스털 팰리스)을 배치하며 ‘유럽파 3인방’ 공격 삼각편대를 구축했지만 위협적인 모습을 보여 주지 못했다. 전반 36분이 돼서야 슈팅이 나왔을 정도로 무기력했고, 슈팅 6개 가운데 유효슈팅은 단 한 개도 없을 정도로 정교함도 없었다.

후반 들어 이청용, 손흥민, 남태희(레퀴야)를 불러들이고 황희찬(잘츠부르크), 이근호(강원), 이명주(알 아인)를 교체 투입하며 반전을 노렸지만 큰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이라크를 상대로 수비 불안과 결정력 부재 등 공수에서 모두 문제점을 드러낸 슈틸리케호가 따끔한 예방주사를 맞고 카타르와의 일전에서는 어떤 모습을 보일지 주목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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