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의 해양친수도시 조성계획이 어설프다. 8년 전에 꺼내 들었던 계획들을 재탕·삼탕 계속 우려먹고 있다. 각 사업을 둘러싸고 이해 당사자 간 꼬인 실타래를 풀기 위한 진지한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기본 구상이라고 하지만 여전히 로드맵이 뚜렷하지 않아 계획을 위한 계속이라는 지적이다.

▲ 인천내항 전경.
시는 지난 8일 시청에서 인천 해양친수도시 조성 기본구상 수립용역 중간보고회를 진행했다.

보고회에서는 6개 친수거점 지정을 비롯한 해양친수도시 기본 구상과 친수공간 활용 가능 지역 및 실행화 방안 등이 소개됐다.

하지만 미래 비전 및 전략 등을 담겠다던 구상은 시가 정부기관·지역사회 등과 이견을 풀지 못해 멈춰 있는 사업들로 채워졌다.

6개 거점으로 제시된 ▶경인항 마리나, 레저교육연구단지 조성 ▶내항 거점 도심 역사·문화재생 ▶송도 해양문화·레저 ▶소래 해양생태체험 ▶영종도 국제해양관광 ▶강화도 역사·문화보존 등은 시의 계획만으로는 추진이 불가하다.

 경인항 마리나 사업은 경인항 갯골에 해양레저 교육연구단지를 조성하고, 북인천복합단지(옛 경인아라뱃길 투기장)에 해양레저사업을 발전시키는 내용 등이다.

시와 서구 등은 당초 북인천복합단지를 아라뱃길과 연계해 관광레저단지로 조성할 것을 구상했지만 소유자인 인천항만공사(IPA)와 매듭을 짓지 못했다.

시가 조성원가로 매입하고 싶다는 의사를 IPA에 제시했음에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IPA는 북인천복합단지에 대해 이달 재매각 입찰을 진행한다.

내항 거점 도심 역사·문화재생 구상 역시 시가 공언하다 협의가 불발된 이후 기약이 없다.

▲ 송도 워터프런트 조감도.
내항 재생사업은 과거 송영길 전 시장의 MWM 사업에서 유정복 시장의 인천 개항창조도시 재생사업으로 이어지는 등 추진기간도 길었다.

 사업의 일부이자 유 시장의 임기 초 친수공간 개방정책의 핵심이었던 인방사 이전은 2009년 정부와 양해각서를 체결한 뒤 지금까지도 실현 시기가 불확실하다.

 시는 2011년 인방사 부지를 요트클럽 등 마리나 시설로 조성해 활용하는 연구용역을 진행하기도 했지만 결국 정부와 합의가 불발됐다.

 해양박물관 건립도 난관에 봉착했다. 시는 갑문지구에 땅을 사들여 해양과학관을 짓기로 하고 IPA가 140억 원을 들여 매립했지만 현재는 시가 땅을 매입하지 않아 180억 원대의 소송을 벌이고 있다.

워터프런트 사업을 비롯한 6·8공구 해양랜드마크 건설, 아암도 해변체험전망 조성 등으로 송도를 해양랜드마크로 만들겠다는 계획은 시민들의 반대에 부딪쳐 왔다.

송도 워터프런트 사업이 추진된 2011년부터 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줄곧 우려의 입장을 보였다. 수질 개선이라는 사업의 본질보다 부동산 개발에 초점을 맞췄다는 것이다.

워터프런트 사업이 제2의 4대강 사업이 될 것이라는 지적도 여전하다. 지난해 행정자치부의 정부 합동감사에서 송도 워터프런트 사업은 2단계 사업 구간에서만 수로를 건널 수 있는 교량 등 건설에 전체 사업비보다 많은 6천940억 원이 투입돼 사업타당성이 없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 국립인천해양박물관 건립 후보지인 월미도 갑문 매립지.
영종도 국제해양관광 거점 조성은 준설토투기장 소유권 이전 등 협의가 동반돼야 하지만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시는 제2준설토투기장 등의 토지소유권 등을 주장하고 있지만 정부는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영종도를 한 바퀴 도는 순환자전거도로 설치계획 역시 군부대와 협의를 통해 섬을 둘러싸고 있는 20.6㎞의 해안철책이 먼저 제거돼야만 가능하다.

 소래 해양생태체험 계획은 2010년 시의 ‘어진내 300리 물길투어 계획’ 등에서도 계획된 바 있으나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당시 시는 갯골∼송도 북측∼남동유수지∼승기천∼소래포구∼장수천(인천대공원 앞)을 연결하는 송도워터프런트 40㎞ 조성을 진행했지만 첫해만 추진됐다가 예산 등 사업 추진 의지 부족으로 멈췄다.

 생태 체험의 장이 되는 소래습지생태공원 역시 예산 부족 등으로 조성계획 완료를 1년 앞두고 있는 현재까지 70%밖에 조성되지 못했다.

강화도 역사·문화보존 계획은 갯벌보존지역(람사르 습지 지정), 갯벌국립공원 조성 등이 환경부와 협업이 필요하다.

이 밖에도 모든 친수도시 사업의 기본이 되는 해안변 철책 철거는 관리주체인 군부대와의 협의 부족 등으로 미진하다.

▲ 아라뱃길 경인항 인천터미널 부두
철책 철거는 2015년부터 추진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가치재창조 사업에 포함시켰지만 사업 평가에서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렇듯 해양친수도시 조성계획에 시가 단독으로 해결하기 힘든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돌파구를 찾지 못하면 현안 끌기가 지속될 뿐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전문가와 시민단체 등은 친수사업을 둘러싼 이해관계가 복잡한 만큼 각 사업별로 정교하게 실현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희환 공공성네트워크 공공대표는 "뒤늦게나마 인천시가 친수도시로 접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보다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안이 필요하다"며 "각 사업별로 시민과 도시계획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해 실현 가능성과 방안을 한 번 더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친수도시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컨트롤타워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그동안 친수 관련 사업은 항만과가 주로 담당해 왔지만 이번 친수도시 연구용역은 도시계획과에서 맡는 등 일관성이 없었다.

 사업의 일환으로 2015년부터 추진해 왔던 해안 철책 철거 사업도 규제개선추진단이 맡아 오다 지난해 말 조직이 없어져 다시 업무가 항만과로 이관되는 등 혼선이 빚어졌다.

 이번 연구용역 중간보고에서는 규제 개선, 항만·군사시설 협의체 구성, 실행조직 구성안 등이 나왔지만 형식적인 제시에 그쳐 앞으로 구체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시 관계자는 "준설토투기장 이관과 군사시설 이전, 철책 제거 등은 정부와의 협의를 통해 규제 개선이 필요한 부분으로 시가 단독으로 추진하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며 "아직 연구용역이 진행 중인 단계로, 8월까지 전문가 자문을 거쳐 실행화 방안을 구체적으로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홍봄 기자 spring@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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