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김광규 분): "너그 아부지 뭐하시노?"

동수(장동건 분): "장의사입니더."

선생님: "장의사? 그래 너그 아부지는 염 해가며 니 가르치는데 공부를 그따구로 하나? 대라."

동수는 교사한테 귓방망이를 맞으며 반항적인 눈빛으로 쏘아본다.

교사: "다음 느그 아부지 뭐하시노?"

준석(유오성 분): 침묵.

교사: (재차 묻는다) "뭐하시노?"

준석: "건달입니더."

교사: (어이없어 하며 시계를 풀고 준석의 귓방망이를 사정없이 수차례 후려친다) "좋겠다. 좋겠어."

준석: "누가 좋다했습니꺼? 동수야! 가자."(나가 버린다)

 영화 친구의 한 장면이다. 공부 못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교사가 던지는 "너그 아부지 뭐하시노?"라는 질문은 불순하기 짝이 없다. 학생의 성적이 뒤떨어지는 이유를 아버지의 직업에서 찾겠다는 발상이 어이없지만 기자 역시 유년시절 같은 질문을 수없이 받은 경험이 있다. 더욱 기가 막힌 사실은 이 질문은 칭찬받을 경우에는 단 한 번도 등장한 적이 없다는 점이다. 어떤 이유로든 혼날 상황이 도래하면 예외 없이 비수처럼 날아와 기자의 마음에 깊은 생채기를 내곤 했다. 전교생의 90% 이상이 농부의 자녀인 시골 초등학교에서 "너그 아부지 뭐하시노?"라는 교사의 질문이 단순한 물음일리 만무하다. ‘농사꾼의 아들이 그 수준이지 별수 있겠어’라는 선입견을 가진 교사가 모멸감을 주기 위한 ‘잽’으로 활용하는 질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얼마 전 초등학교 1학년인 딸아이가 가져온 주간계획표를 보고 적잖이 당황했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게 바로 이런 경우인가 보다. 부모 직업을 알아오라는 내용이었다. 혹여 부모님이 안 계신 아이가 있다면 그 자체가 상처가 될 게 뻔했다. 그게 아니어도 그냥 싫었다. 반사적으로 딸아이에게 내뱉었다. "‘알고 있지만 말하지 않겠습니다’라고 전해라"고.

 의도는 별 중요치 않다. 중요한 건 뼛속깊이 사무친 "너그 아버지 뭐하시노?"에 대한 거부감이다. 마! 고마해라. 마이 물어봤다 아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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