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인플루엔자(AI)가 겨울에 유행하는 전염병이란 인식에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그동안 동절기에만 발생하는 것으로 여겨졌던 AI가 하절기에도 나타났다는 것은 우리나라의 AI 발생 원인이 계절적 요인이 아니고 구조적 요인이 있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 겨울 전국을 휩쓴 AI에 대한 특별 방역대책 기간을 5월 30일 종료하고 평시 방역체계로 전환한 지 불과 사흘 만에 전북 군산, 제주, 경남 양산, 부산 기장, 경기 파주 등에 다시 확산됐기 때문이다.

 AI는 겨울 전염병이란 인식은 한국 농가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정부도 이에 근거한 정책을 펴 왔다. AI 특별 방역대책 기간을 해마다 10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로 정해 놓고, 6월부터 9월까지는 평시 방역체제로 운영하곤 했다. AI 대응 매뉴얼인 긴급 행동지침에도 계절적 요인이 골격을 이룰 만큼 많이 반영돼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한국의 착각이라고 지적한다. 겨울철에 AI 발생 빈도가 높은 것은 겨울에 북쪽에서 철새가 날아와 머물고 떠나는 한국의 지리적 특성 때문일 뿐, 바이러스의 활동 메커니즘과는 큰 관계가 없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아열대 기후인 동남아를 예로 든다. AI가 여름이면 사라지는 바이러스라면 동남아는 아예 발병이 없어야 하지만, 1년 내내 섭씨 30도를 웃도는 동남아에서도 연중 AI가 발생하고 있다.

H5N8형 AI는 우리나라에서도 겨울과 여름을 가리지 않고 발생했다. 이에 우리나라도 계절과 무관한 AI 상시 발생 현실을 받아들여 정책과 대응 지침을 수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미 해마다 AI 발병과 유행을 반복해 온 터라 우리나라 가금류 농장에는 AI 바이러스가 잔존해 있을 가능성이 커 상시 대응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의 AI대책의 전면적인 재검토가 반드시 필요한 시점이다. AI바이러스 유입 경로가 어떻게 됐는지 역학조사를 철저하게 실시해야 한다. 또 주변 국가와 철새 번식지에 대한 공동조사도 즉각 추진해야 한다. 여러 형태의 변종 바이러스가 확인되고 있는 상황에서 AI 바이러스의 토착화 가능성에 대해서도 면밀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아울러 AI로 인한 피해 축산농가에 대한 지원과 관련 축산업계를 위한 지원 대책 역시 서둘러 내놓기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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