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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비환 고려대 교수
최근 ‘4차 산업혁명시대’라는 말을 뉴스에서 자주 접한다. 사회과학 분야에서 오랜 기간 공부하며 학생들을 가르치는 필자에게는 생소하게만 느껴지는 단어였다. 뉴스와 다큐멘터리 등을 통해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대략적인 이해만 하고 학생들을 가르치기에는 스스로 불안감과 충격을 느꼈다. 이공계열에 대한 문외한인 입장에서 보면 4차 산업혁명은 컴퓨터와 인터넷으로 대변되는 3차 산업혁명의 연장선으로 IoT(사물인터넷), 인공지능, 자율주행차량, 유전공학 등 초연결성, 초지능성, 여러 분야가 융합하는 시대 등으로 대변된다. 이미 우리는 이 시작 지점에 서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지난해 봄, 우리는 인간과 기계의 대결에 흥분하고 경악했다. 바둑계의 세계 최고수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 컴퓨터 알파고의 대국은 인간 지능이 기계 지능에게 질 수 있음을 보여준 사건이었다. 이미 인공지능이 복잡한 사고와 예측에서 인간에 근접해 왔다는 것이다. 하물며 단순 지식의 암기는 인간이 인공지능을 이길 수 없게 됐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미 우리들은 모르는 내용의 많은 부분을 인터넷의 각종 포털사이트에 묻고 있지 아니한가? 심지어 거의 모두가 스마트폰을 통해 일상에서 인터넷과 접속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단순한 지식 내용을 암기하는 교육의 시대가 저물어 가고 있다.

 우리는 지금 상상할 수 없이 급격한 변화 앞에 서 있다. 알파고와 인간 최고수들 대결은 바둑뿐만 아니라 여러 분야에서 진행 중이다. 인간들이 창조한 인터넷과 이를 기반으로 한 인공지능이 다양한 분야에서 인간을 넘어서고 있다. 이에 단순 지식을 암기하는 기억력으로 우열을 가리던 시대는 이미 과거가 됐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 따라 교육에 대한 새로운 시도들이 이뤄져야 한다.

 20세기 후반기까지는 지식을 바탕으로 각종 사무를 처리하고 기계를 작동하는 인력이 중요했다. 그래서 산업일꾼의 양성이라는 차원에서 단순지식의 주입식 교육이 효율적이었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시대는 단순 지식만으로는 경쟁력을 갖지 못한다. 컴퓨터와 기계들이 스스로 작동하고 제어하는 시대다. 미래학자들도 단순 사무직과 단순 기술직종의 종말을 예견하고 있다. 주입식 교육이 기능을 빠르게 상실해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교육의 모습은 여전히 주어진 지식을 암기해 객관식 문제를 선택하는 방식이 핵심이다. 대학입시, 취업시험, 공무원시험이 모두 이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그에 따라 주입식 교육도 유지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암기는 우리 인간들보다 인공지능이 훨씬 빠르고 정확하게 해내는 시대다.

 현재의 교육과 시험 방식이 자라나는 세대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우리의 미래세대인 학생들에게 인공지능이 하지 못하는, 인간이 보다 탁월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를 개척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학생들에게 정답이 없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경험과 능력을 길러 줘야 한다. 예를 들어 ‘우리 사회에서 안락사를 인정할 것인가, 기초생활수급자는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가, 세금을 늘릴 것인가’ 등과 같이 인공지능에 맡겨둘 수 없는 가치판단 문제들을 해결하는 힘을 길러 줘야 한다. 이런 고차원적 문제들로부터 설득력 있는 대안을 창의적으로 제시할 수 있는 문제해결 능력을 교육해야 한다. 또한 학생들 스스로 대화와 토론과정에서 대안을 모색하고, 그 속에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본적인 사고력과 판단력을 길러주며, 동시에 협업 능력이나 의사소통 능력 등 미래 핵심 역량 신장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경기 꿈의 대학은 이런 문제 의식에서 시작됐다고 본다. 주입식 교육이 한계에 이른 시대적 상황에서 창의적 교육을 찾아나서는 발걸음이다. 우리 학생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고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면서 입시교육이라는 현실의 한계를 넘고자 하는 용감한 도전이다. 고등학생들이 자신의 진로를 찾고 미래를 설계할 수 있도록 돕는 경기 꿈의 대학 강사로서 시대적, 교육적 사명감을 느낀다. 처음 경기 꿈의 대학을 시작할 때 토론 방식을 낯설어 하던 학생들의 경직된 모습이 생각난다. 하지만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학생들은 점차 질문을 피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답변하기 시작했으며, 이 과정에서 쏟아내는 탐구력과 문제 해결력을 지켜보고 감탄을 하기도 했다. 우리 학생들은 마냥 어린 아이가 아니다. 스스로 생각하고 탐색해 나가는 집단지성의 한 축이라는 점을 이 경기 꿈의 대학에 참여하는 필자도 새삼 느끼며 매우 큰 보람을 느낀다. 경기 꿈의 대학에 참여하는 우리 학생들의 변화를 보면서 우리 사회의 미래도 밝을 것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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