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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직환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영화 ‘매트릭스’로 한국에도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는 키아누 리브스가 주인공을 맡은 영화 ‘콘스탄틴(Constantine)’은 프랜시스 로렌스 감독의 작품으로 국내에서 2005년에 상영됐습니다. 영국의 컬트만화를 원작으로 ‘엑소시즘’을 다룬 이 영화에서 키아누 리브스는 인간세계를 지배하려는 악마와 싸우는 퇴마사로 등장합니다.

 퇴마사로서의 자부심보다는 염증에 찌들어 있는 콘스탄틴은 이미 진행된 폐암 때문에 시한부 인생을 살아가면서도 늘 담배를 손에서 놓지 못하는 ‘골초’로 등장하는데, 이 영화는 마치 ‘폐암’을 예방하는 ‘금연 계몽 영화’가 아닌가 할 정도로 영화 전편에 걸쳐 일관되게 담배의 폐해에 관해 강조하고 있습니다.

 영화 초반부터 콘스탄틴은 담배를 입에 무는 모습으로 등장합니다. 그리고 후반부에서 피를 흘리며 죽음을 맞이하는 와중에도 그는 담배를 피웁니다. 15살 때부터 20년간 이렇게 담배를 피워 댄 것입니다. 이 때문에 영화에서 그는 과도한 흡연에 대한 당연한 결과로 폐암에 걸린 것으로 설정돼 있습니다.

 치명적인 폐암 말기 상태인 그는 영화 내내 객혈과 기침으로 고생합니다. 기침을 억제해 주는 진해제는 그의 필수 지참약이죠. 고통에 시달리는 그가 집 안 탁자에 기어다니는 벌레를 컵으로 생포한 뒤 담배 연기를 불어넣으면서 "너도 한 번 당해 봐라!(Welcome to my life!)"라고 말하는 장면은 그의 괴로운 심정을 잘 표현해 주고 있습니다.

 폐암과 금연이라는 관심을 가지고 이 영화를 본다면 담배의 부정적 측면이 다양하게 표현되고 있습니다.

 ‘폐암’은 사망률이 가장 높은 암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이 평균수명 81세까지 생존할 경우 암에 걸릴 확률은 36.9%입니다. 평균수명을 기준으로 남성(77세) 5명 중 2명, 여성(84세) 3명 중 1명꼴로 암이 발생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폐암의 경우 발병률로만 본다면 남성은 위암, 대장암에 이어 3위, 여성은 5위이지만 사망률은 가장 높습니다. 또한 증상이 발생했을 때는 이미 다른 장기에 암세포가 퍼진 경우가 많아 다른 암에 비해 치료 예후가 좋지 않습니다.

 폐암이란 폐에 생긴 악성 종양을 말하며, 현미경적으로 암세포의 크기와 형태에 따라 비소세포폐암과 소세포폐암으로 구분하는데, 비소세포폐암은 조기에 진단해 수술적 치료로 완치를 기대할 수 있으나 소세포폐암은 대부분 진단 당시 수술적 절제가 어려울 정도로 진행돼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주로 항암화학요법이나 방사선치료가 시행됩니다.

 일반적으로 간접흡연을 포함한 모든 ‘흡연’이 폐암의 가장 중요한 발병 요인입니다. 폐암의 약 85%는 흡연에 의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으며, 흡연은 폐암 발생 위험을 13배 정도 증가시키고 장기간의 간접흡연 역시 폐암 발생 위험을 1.5배 증가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흡연의 양과 기간도 폐암에 걸릴 확률과 관련이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 외에도 석면·비소·크롬 등의 위험요인에 노출된 직업적 요인, 공기 중 발암물질인 벤조피렌, 방사성물질 등의 환경적 요인 및 폐암 가족력이 있는 유전적 요인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관여해 발생합니다.

 폐암은 1·2기의 경우 수술로 암세포를 절제해 내는 것이 주된 치료입니다. 3기의 경우 환자의 상태에 따라 수술, 방사선치료, 항암화학요법 등 다양한 조합의 치료를 받게 됩니다. 3기말, 4기의 전신 상태가 양호한 환자들은 항암화학요법을 시행합니다. 이유는 증상을 경감하고 삶의 질을 개선시키며 생존기간을 연장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폐암의 5년 생존율은 매년 꾸준히 높아지고 있고, 폐암을 빠르고 정확하게 진단해 내려는 의학계의 노력은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지만 아직 5년 생존율은 20% 정도로 매우 낮습니다. 폐암은 완치 기회를 놓치기 쉬운 만큼 예방과 조기 발견을 위한 관심과 노력이 중요합니다.

 <도움말=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호흡기내과 하직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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