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벽대전이 벌어지기 바로 앞서 오나라 진영은 고육계를 써서 황개가 거짓 항복하고 화공(火攻)으로 조조 진영을 습격하려 했다. 오나라의 감택이 거짓 항복 문서를 가지고 조조에게 갔을 때였다. 조조가 못 믿겠다며 감택을 죽이려 했다. 감택이 그 이유를 묻자 조조가 대꾸했다. "도망쳐 오겠다는 기일도 없잖느냐?" 그러자 감택이 말했다.

"당신은 이런 말 못 들었는가? 주인을 배반하고 몰래 떠나는 자는 날짜를 미리 정하지 않는다고……. 만일 기일을 미리 약속했다가 부득이 행할 수 없게 되면 비밀이 누설되고 만다. 도망치는 자가 형편을 보아가며 해야지 어찌 정할 수 있단 말인가?"

조조는 감택의 말을 받아 들였다. 결국 이 한마디에 조조가 믿게 됐고, 황개의 고육계는 성공하게 된다. 여기서 달리 볼 수 있는 점이 있다. 상황놀이에 맞는다고 해서 믿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다. 세상은 논리대로 이뤄지지 않으려니와 배신할 때는 더욱 그렇다. 요즘 정치판의 모습을 보면 과연 배신이나 제대로 할 줄 아는지 때를 제대로 맞출 줄 아는지 궁금하다. <삼국지리더십연구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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