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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과후 학교 수업모습.(위 사진은 해당 기사와 관련 없음) /기호일보 DB
수원의 A중학교에서 방과후학교 교사로 일하는 이모(45)씨가 출근해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수업 준비가 아닌 자신의 명찰을 찾는 일이다. 학교 내부 방침에 따라 모든 방과후학교 교사들은 ‘외부 강사’라는 글자가 크게 적힌 명찰을 패용해야 하기 때문인데, 수업 역시 필히 이 명찰을 목에 걸고 들어가야 한다.

이 씨는 "고용계약이나 임금 차별은 어느 정도 참을 수 있지만, 명찰로 인해 받는 무시와 동정 어린 시선은 매번 우리를 힘들게 한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방과후학교를 운영하는 경기도내 대부분의 학교에서 방과후학교 교사들에게 외부 강사 명찰 착용을 강제해 ‘차별’을 유발하고 있어 시급히 개선이 요구된다.

14일 경기도교육청과 전국방과후학교강사지부 경기지회 등에 따르면 지난해 도내에서는 전체 2천348개 교 가운데 99.1% 수준인 2천326개 교에서 방과후학교가 운영되고 있다. 방과후학교 교사들도 2만6천600여 명에 달한다.

도내 대부분의 학교는 이들 방과후학교 교사에게 출근 시 외부 강사를 표시하는 명찰 착용을 요구하고 있다. 이 때문에 방과후학교 교사들 사이에서는 명찰 패용이 일반 교사들과 이질감을 느끼게 하는 것은 물론, 자존감마저 떨어뜨린다고 푸념 섞인 말이 공공연히 나오고 있다.

용인 지역 B중학교의 경우 방과후학교 교사들은 자신의 신분을 밝히는 외부 강사라는 큰 글자 밑으로 이름까지 적힌 명찰을 패용해야만 수업에 들어갈 수 있다. 명찰 크기도 신용카드보다 훨씬 큰 124×177㎜ 규격으로 돼 있어 멀리서도 이들이 방과후학교 교사라는 것을 쉽게 구분할 수 있다.

반면 일반 교사들은 명찰 없이 교내를 활보한다. 그러나 학교 측에선 ‘학생 안전’을 이유로 방과후학교 교사들의 명찰 패용은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혹여 신원 미상의 외부인이 들어와 학내에서 행패를 부리거나 학생들에게 해를 가할 수도 있어 외부인들과 명확히 구분 짓기 위해 명찰 패용은 불가피하다는 논리다.

하지만 이 같은 논리는 같은 학교에서 수년을 일했던 방과후학교 교사들에겐 억지 주장으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일부 방과후학교 교사들은 일반 교사들보다 같은 학교에서 더 오랜 기간 근무한 사례도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많은 방과후학교 교사들은 외부 강사 명찰이 교권·인권침해 요소가 다분하다고 느끼고 있지만 재계약 등의 이유로 문제 제기를 하지 못하고 속앓이만 하고 있을 뿐이다.

이 학교에서 4년째 근무하고 있는 방과후학교 논술교사 유모(40)씨는 "도내 거의 모든 방과후학교 교사들은 대부분이 계약직"이라며 "재계약이 힘들어질 것이란 우려 때문에 학교 측에 함부로 불만을 표출하지 못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강나훔 기자 hero43k@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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