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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윤진수 인천섬유산연구회 부회장, 부개고등학교 교감

‘석모도’는 강화도의 서편 바다 위로 길게 늘어서 있는 작은 섬이다. 서울 도심에서 자동차로 1시간 30분이면 강화 본섬의 서쪽 끝 외포리 포구에 닿는다. 여기서 맞은편 석모도 석포리 선착장까지 1.5㎞ 바닷길을 페리호를 타고 건너가야 한다. 페리호는 여러 척이 수시로 왕복 운항하고 있다. 현재 강화도와 석모도를 잇는 연도교 공사가 올해 완공될 예정이어서 앞으로는 자동차를 이용해 찾을 수 있다.

 석모도는 원래 송가도·석모도·어류정도 등 3개의 섬이었다. 그러나 18~19세기에 둑을 쌓아 섬 사이의 갯벌을 메우는 간척사업으로 송가평 등의 농지를 조성하면서 지금 하나의 섬이 됐다. 석모도에는 해명산·상봉산·상주산 등 3개의 산이 있어 ‘삼산면(三山面)’이란 지명이 생겼다. 상봉산과 해명산 사이에 우리나라 3대 해상관음도량으로 관음보살의 터전인 보문사가 위치한다.

 보문사는 전등사·정수사와 함께 강화의 3대 고찰로, 신라 선덕여왕 4년(635)에 금강산에서 내려온 회정대사가 창건했다고 한다. 새벽 동 틀 무렵 절 앞바다에서 들려오는 파도소리와 눈썹바위의 마애석불좌상은 예로부터 강화8경에 드는 명승으로 꼽았다. 마애석불에서 내려다보면 서해의 경치는 물론 시간이 맞을 경우 석양의 장관도 즐길 수 있다.

일주문을 지나 보문사로 오르다 보면 우측에 400년 된 은행나무와 보문사, 그리고 낙가산 중턱에 마애석불좌상인 눈썹바위를 볼 수 있다.

▲ 보문사 마애석불좌상과 눈썹바위.
석모도는 「조선왕조실록 세종실록지리지」 5집에 경복궁 박석(薄石)의 채석지로 기록된 경복궁 근정전 박석의 주산지이다.

석모도의 지질은 선캠브리아대의 경기변성암복합체로, 장봉편암 및 화강편마암이 기저를 이루고 이를 관입한 쥐라기 및 백악기의 화성암류로 구성돼 있다. 이를 부정합으로 피복하는 충적층이 석모도 전반에 분포한다. 보문사는 낙가산의 서쪽 사면에 위치한다. 와불전과 석실, 그리고 눈썹바위 등은 이곳의 기반암인 흑운모화강암을 자연스럽게 이용했다는 점이 특이하다. 눈썹바위는 화강암 바위에 절리가 형성된 후 절리를 따라 표면이 무너져 내린 후 상단에 있는 부분은 무너져 내리지 않고 남아서 눈썹과 같은 형태를 띠게 된 것이다.

▲ 민머루 해안 암석 노두
석모도는 조선시대 국용 박석의 채석지로 멀리 경복궁과 관련됐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경복궁·근정전 영역은 공간의 상징적 의미를 부각시키기 위해 앞마당인 전정에만 박석을 포장해 다른 공간과 차별성을 뒀다.

 박석이란 거칠게 표면을 다듬질한 얇은 판상형의 바닥 석재를 말하며, 경복궁 내에서도 근정전 영역 및 어도에 한정했다. 박석은 우천 시 배수, 난반사의 원리를 통한 눈부심 및 미끄럼 방지 기능을 했다. 다양한 기능을 한 박석의 산지가 당시 한양에서 멀리 떨어진 석모도라는 사실이 이채롭다.

▲ 석모도 보문사 석실
근정전 박석이 있는 경복궁과 산지인 강화 석모도는 직선거리로 약 58㎞이며, 육로와 수로를 겸해야 운송이 가능하다. 따라서 박석의 채석 지점에서 선착장(현재 석포리 선착장)까지 육로로 운송하고, 한강을 통해 석재를 운반한 것으로 추정된다.

석모도에는 여름철 가 볼 만한 곳으로 ‘민머루 해수욕장’이 있다. 민머루 해수욕장은 삼산면 매음1리에 있는 석모도의 유일한 해수욕장이다. 백사장은 폭 약 50m, 길이 약 1㎞인 바닷물이 빠지면 수십만㎡의 갯벌이 나타나 학생들의 갯벌체험장으로도 많이 이용되고 있다. 이곳의 갯벌과 모래에는 미네랄 성분이 다량 함유돼 있어 각종 부인병과 신경통, 여성들의 피부미용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 민머루 해안 전경
민머루 해수욕장은 자연환경이 거의 완벽하게 보존돼 있고, 특히 세계적인 희귀조인 저어새의 서식지이기도 하다. 주변 경치 또한 빼어나 사진작가들의 촬영 장소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해수욕장 부근의 어류정항, 장곳항 등에서는 바다 낚시를 즐길 수도 있다.

석모도 보문사에서 민머루 해수욕장으로 가는 진입로 왼쪽에는 폐염전이 있다. 염전 주변을 살펴보면 소금기가 있는 척박한 곳에서 서식하는 갈대와 세모고랭이, 지체, 나문재, 칠면초, 퉁퉁마디, 해홍나물 등 다양한 염생식물을 관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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