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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실현적 예측이 긍정적일 경우 실제로 일의 결과도 좋은 방향으로 진행되는 현상을 피그말리온 효과라 한다. 이 표현의 유래는 피그말리온 신화를 바탕으로 하는데, 조각가 피그말리온이 자신이 창조한 아름다운 조각상과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를 기반으로 한다. 그는 조각상에게 갈라테아라는 이름을 붙여 주고 사람처럼 대하며 깊은 애정을 느낀다. 이후 그는 그녀가 사람이 될 수 있기를 간절히 염원하는데, 이에 감동한 신이 결국 조각상을 사람으로 만들어 피그말리온의 바람은 실현된다. 이처럼 간절히 바라고 염원하면 그 예상이 이뤄진다는 의미의 심리학 용어가 ‘피그말리온 효과’이다.

이후 이 신화는 많은 예술작품의 모티브가 돼 회화, 조각, 소설 등으로 재탄생하게 된다. 아일랜드를 대표하는 대문호 조지 버나드 쇼 역시 신화에 매력을 느껴 1912년 희곡을 선보인다. 오늘 소개하는 영화 ‘피그말리온’은 바로 버나드 쇼의 연극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제11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색상을 수상하며 이야기의 힘을 확인받는다.

 꽃을 팔며 하루하루를 근근이 살아가는 일라이자는 강한 지방사투리를 구사하는, 교양과는 거리가 먼 하층민이다. 그런 일라이자가 거만하기 이를 데 없는 음성학자 헬리 하긴스를 만나게 되는데, 그는 상스러운 일라이자의 억양을 6개월 안에 교정해 숙녀로 만들 수 있다고 호언장담한다. 그리고 그 발언에 의문을 갖는 피커링 대령과 내기를 하게 되는데, 새로운 인생을 살아보고 싶었던 일라이자는 큰 고민 없이 내기에 참여한다.

 스폰지처럼 빨아들이는 일라이자의 학습력 덕분에 그녀는 과거 천박했던 모습을 벗고 우아하고 교양 있는 숙녀로 거듭나는 데 성공한다. 그러나 모티브가 된 신화와는 다르게 남성에 의해 그의 욕망대로 완성된 일라이자는 헬리와 사랑에 빠지는 대신 자신의 인생을 찾아 그를 떠난다.

 1938년 할리우드에서 제작된 영화 ‘피그말리온’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스칼렛 오하라가 오랜 시간 짝사랑하는 남성 애슐리 윌키스 역의 레슬리 하워드가 음성학자 헬리로 열연해 반가움을 더한 작품이다. 애슐리 역의 우유부단한 캐릭터와는 다르게 이 작품에서 그는 헬리의 괴팍하고 독선적인 성격을 탁월하게 살려내며 새로운 매력을 선보인다.

 이처럼 배우의 또 다른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장점과 함께 이 작품의 진정한 매력은 피그말리온 신화의 색다른 해석과 할리우드의 전형적인 로맨틱코미디를 전복시킨 비판적 시선에 있다.

 남녀의 연애관계를 중심으로 서로에 대한 오해와 시행착오에도 불구하고 결국 사랑을 확인한 두 사람의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리는 것은 로맨틱코미디 영화의 오랜 관습이다. 대부분 남녀의 사랑은 말괄량이 성향의 여성이 남성이 원하는 모습으로 길들여지는 과정을 통해 결실을 맺는다. 모티브가 된 신화 역시 남성이 원하는 모습으로 조각한 대상이 결국 그의 염원대로 사람으로 변해 사랑을 완성한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버나드 쇼의 희곡을 바탕으로 각색된 이 작품에서 여성은 순종적인 모습으로 길들여져 남성의 울타리에 안착하지 않는다. 희곡에서 독립적인 존재로 성장하는 일라이자와는 다소 다르게 영화에서 그녀는 제한적인 자유와 자립성을 획득하고 있지만,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하는 진일보된 모습은 여전히 의미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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