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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용수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이 15일 파주 축구대표팀트레이닝센터(NFC)에서 열린 기술위원회 회의 참석 후 브리핑을 통해 슈틸리케 감독과의 동반 퇴진을 발표한 뒤 인사하고 있다. 오른쪽은 같은 날 산책 중에 고개를 숙이고 있는 슈틸리케. /연합뉴스
한국 축구의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빨간불이 켜지자 결국 대한축구협회가 칼자루를 휘둘렀다.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는 15일 파주NFC(대표팀트레이닝센터)에서 제5차 기술위원회를 열고 성적과 경기력 부진의 책임을 물어 울리 슈틸리케(63·독일)감독의 경질을 결정했다.

이용수 기술위원장은 "슈틸리케 감독과 상호 합의에 따라 계약을 종료하기로 했다"며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책임을 통감하면서 저 역시 기술위원장을 그만두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개인적으로 차기 사령탑은 지금 상황에서 국내 지도자가 맡아야 한다고 생각된다"며 남은 월드컵 최종예선 일정은 대행 체제가 아닌 신임 사령탑이 맡아야 한다고 말했다. 기술위원회는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9차전이 열리기 전까지 새로운 대표팀 감독을 뽑을 예정이다.

그는 또 "슈틸리케 감독의 남은 연봉을 포함한 모든 문제는 계약서에 따라 진행될 것이지만 내용은 공개할 수 없다"며 "차기 사령탑에게 1년이라는 시간은 월드컵 준비에 충분할 것으로 생각된다. A매치를 통한 훈련밖에 할 수 없지만 월드컵 본선 무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울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2014년 9월 대표팀 사령탑을 맡은 슈틸리케 감독은 2015년 1월 아시안컵 준우승과 그해 8월 동아시안컵 우승의 업적을 이뤘지만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에서는 줄곧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2년 9개월 동안 한국 축구를 이끌며 역대 대표팀 최장수 사령탑 기록을 세웠지만 결국 대표팀의 경기력을 끌어올리지 못해 중도 하차의 수모를 당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대표팀을 이끄는 동안 총 27승5무7패(63득점·25실점)를 기록했다. A매치로 인정을 받지 못한 2015년 1월 사우디아라비아전(2-0승)과 2016년 3월 쿠웨이트와 월드컵 2차예선 몰수승(3-0승)을 빼면 25승5무7패가 된다.

슈틸리케 감독 경질의 가장 큰 원인은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드러난 대표팀의 극심한 부진이다.

대표팀은 월드컵 최종예선 A조에서 4승1무3패(승점 13)로 이미 본선행을 확정한 이란(승점 20)에 이어 조 2위다. 하지만 3위 우즈베키스탄(승점 12)에 승점 1차로 바짝 쫓기면서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비상이 걸렸다. 슈틸리케 감독은 최종예선을 치르면서 홈경기에서 힘겹게 4승을 챙겼지만, 원정에서 1무3패로 맥없이 무너졌다.

여기에 최종예선 기간 내내 단순한 전술과 허술한 조직력을 보완하지 못해 거센 경질 여론에 휩싸였지만 기술위는 ‘대안 부재’를 이유로 유임을 결정했다. 그러고도 14일 약체인 카타르와의 원정경기에서 2-3으로 충격적인 패배를 당하면서 결국 ‘마침표’를 찍게 됐다.

최종예선 2경기를 남긴 한국은 8월 31일 이란과 홈경기를 치르고, 9월 5일 우즈베키스탄과 원정으로 최종예선 마지막 경기를 치른다. 월드컵 본선 직행 티켓이 걸린 조 2위를 놓고 우즈베키스탄과 다투는 한국은 남은 2경기에서 모두 승리해야 자력으로 ‘러시아행’을 확정할 수 있다. 만약 우즈베키스탄이 9차전 중국 원정에서 패하고, 한국이 이란과 홈경기에서 이기면 최종예선 마지막 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한국은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성공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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