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의 ‘알쓸신잡’(알아 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은 최근 하나의 화두(話頭)가 됐다. 모 PD 혹은 모 작가가 만들었다느니, 출연자가 누구누구냐느니, 어떤 코드로 어떠한 요소의 상황을 만들어 냈다느니 하는 등의 분석, 아니 분해적 접근은 둘째 치고 그들이 쏟아내는 이야기 자체가 재미있다.

 특히 (뇌)과학자로 소개되고 있는 정재승 교수는 의외였다. 다른 출연자들이야 워낙 입담이 좋을 거라 예측 가능했지만 그는 낯선 탓에, 그리고 ‘과학’이라는 딱딱할 것만 같은 고정관념 때문에 상대적으로 더 크게 눈에 들어 왔는지도 모른다. 어쨌든 첫 회에서 그가 쏟아낸 일화는 박장대소를 하게 만들었다. 간략히 소개하면, 학창 시절 통영에서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숨결을 느껴보자는 말에 호기심이 생겼단다. 수백 년 전 숨결이 아직도 남아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었다. 그래서 친구들과 버스 안에서 간단한 실험과 계산을 하게 됐다. 비닐봉지에 숨을 들이쉬고 내쉬니 몇 초에 한 번이었고, 이를 분 단위, 수백 년 단위로 수치화해 (일반인은 알기 쉽지 않은)계산법을 적용해 결과를 도출해 냈다. 결과는 그 숨결이 아직도 존재한다는 것이란다.

 그뿐 아니라 출연자들 모두 각자의 영역에서 혹은 영역을 넘어 알고 있는 이야기들을 풀어낸다. 이후 매회 즐겨보게 되는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았다.

 문제는 매회 볼 뿐 아니라 녹화한 것을 다시 돌려보곤 한다는 점이다. 처음에는 그들이 하는 이야기를 하나하나 다 기억하고 싶은 욕심이라고만 생각했다. 장어의 종류를 설명하는 대목만도 서너 차례 돌려봤다. 그러다 보니 어느덧 예능은 다큐가 됐다. 그리고 문득 머릿속에는 ‘웃자고 한 이야기에 죽자고 달려드는 꼴 아닌가’, 이후 ‘아, 그래서 알쓸신잡이구나!’

 열등감이었다. 이런 단면은 열등감뿐 아니라 요소요소, 복잡다단한 감정 속에 섞여 있다. 살짝 깨달았을 땐 이미 40여 년의 세월이 흘렀다.

 머무르면 머무는 대로, 흘러가면 흐르는 대로 두면 될 것을… 그러하지 못했다. 그래서 늘 피곤했다. 이젠 좀 벗어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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